국내 업체가 발행하거나 국내에서 주로 거래되는 가상자산을 의미하는 '김치코인' 10개 중 9개꼴로 가격이 급등락하는 '펌프앤덤프'(Pump-and-Dump) 양상이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백연주 연구위원은 9일 한국금융연구원이 낸 보고서에서에서 한국 가상자산시장이 단독상장 종목이 많은 데다 한국 중심으로 거래되는 가상자산 비중이 높아 시세조종의 타깃이 되기 쉽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 가상자산시장과 펌프앤덤프 현상에 대한 고찰’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자산시장에서는 가격이 급등한 뒤에 급락하는 패턴을 보이는 펌프앤덤프 패턴을 보이는 시세조종 양상이 자주 관측된다.
텔레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상승시킨 뒤 작전세력이 자산을 매도, 가격이 급락하는 식이다.
펌프앤덤프는 여러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자주 관찰되는 현상으로, 약 10분간 지속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또한 유동성이 낮고 시가총액이 작은 가상자산일수록 타깃이 되기 쉽다.
한국 가산자산시장은 2022년 하반기 기준 전체 종목 수 대비 단독상장 가상자산 종목 비중이 62.2%에 달할 정도로 높다. 또 한국 중심으로 거래되는 비중도 크다는 특이점을 지녔다.
시장 상황상 가격 급등락을 일으킬 가능성이 큰 셈이다.
백 연구위원이 2021년 10월 김치코인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총 1만6560건의 시간별 가격, 거래량 중 최대 약 4.7%가 펌프앤덤프 사례로 분류됐다. 아울러 김치코인 23개 중 21개(91.3%)에서 펌프앤덤프로 추정되는 양상이 관찰됐다.
백 연구위원은 "한국가상자산 시장은 SNS를 이용해 가상자산 투자자 심리를 조작하기 용이한 데다 입법 미비로 불공정 거래를 규율하기 어렵다"며 "거래소의 상장 심사 절차가 불투명하고 투자자와 프로젝트 업체 간 정보 비대칭이 존재해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가상자산 발행·공시와 관련한 더 자세한 규율은 법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프리세일(일반판매 전 특별판매)등의 단계에서 수많은 피해자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백 연구위원은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상 거래를 탐지하고 포착하기 위한 연구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