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의 저원가성 핵심예금이 5월 한 달간 7조원 가량 빠져나갔다.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은행에 잠시 머물던 자금이 주식‧채권이나 코인, 금 등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5월 말 기준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MMDA 포함) 잔액은 661조7640억으로 전달(669조2179억원)보다 7조4539억원 감소했다.
은행별로 요구불예금 잔액 증감 현황을 보면 5월말 기준 하나은행이 105조7167억원으로 전월보다 3조8261억원 감소했고, 뒤이어 KB국민은행이 165조1875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3226억원 줄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5월 잔액은 각각 123조5028억원, 140조700억원으로 전월대비 감소폭은 각각 1조6670억원, 1조492억원이었다. 4대 은행의 5월 요구불예금의 전월 대비 감소폭은 9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농협은행의 5월 요구불예금 잔액이 127조2870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4110억원 증가하면서, 전체적인 감소폭을 7조원대로 축소했다.
요구불예금은 단기 자금으로 예금주가 언제든 원한다면 입출금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이 때문에 금리가 연 0%대로, 은행에 잠시 머무는 자금으로 여겨진다.
또한 은행 입장에서는 낮은 원가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핵심예금으로 불린다. 특히 최근 금리인상 직전까지만해도 초저금리 기조 속에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요구불예금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코인이나 주식시장 등의 투자처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의 시세 회복에 따른 코인‧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맡겨두는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해 말 46조5000억원에서 이달 25일 51조원 규모로 5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4월 말 자산운용사의 수신 잔액은 48조2000억원 늘었다.
비트코인의 가격 회복으로 가상자산거래소 1위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는 1분기 순이익 3263억원을 기록, 지난해 1분기보다 54.9%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30일 2000만원대를 기록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들어 반등하기 시작해 3월말 3700만원대까지 올라섰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예·적금이 증시나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이동하는 추세이다"라며 "저원가성 예금은 운영할 수 있는 자금 중에서도 조달비용이 덜 드는데, 저원가성 예금에서 자금이 빠지면 은행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에 시장금리가 낮아진 영향도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열고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과 4월에 이어 3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이다.
한국은행이 이번에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경기 우려감을 나타낸 만큼 시장에서는 한은이 향후 통화정책 결정에서 물가보다는 경기에 무게를 실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