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규제를 중시하는 정부의 정책이 한국의 암호화폐 플랫폼 발전을 저해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기됐다.
오현옥 한양대학교 교수 겸 지크립토(Zkrypto) 대표는 15일 서울 강남에서 개최된 리플·TRM랩스 한국 정책 서밋 행사에 참석해 한국 내 블록체인 사업의 방향과 디지털 자산을 바라보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발표했다.
지크립토는 영지식 증명(ZKP) 기술을 활용한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투표 앱 '지케이보팅(zKVoting)'의 개발사다.
오 대표는 '한국 블록체인 및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발전'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하며 지난 2018년 1월 비트코인 가격 상승 이후 열린 암호화폐 관련 토론회를 언급했다.
JTBC에서 주최한 당시 토론회는 암호화폐의 실용성, 안정성, 미래상 등에 대해 각계의 추가적 논의를 이끌어냈다.
오 대표는 "이 토론 이후 한국에서 암호화폐가 가치가 있는지 논의가 이어졌고, 한국 정부의 암호화폐 관련 정책도 결정됐다"며 "암호화폐가 투기성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를 투기성 자산으로 취급하면서 암호화폐에 규제를 적용하는 데 당위성을 얻게 됐다는 설명이다.
아울어 오 대표는 "정부에서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스탠스는 무조건 암호화폐가 들어가는 용어를 금지하는 것이다"며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컨소시엄 형태의 서비스 정도만 개발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이후 암호화폐, 가상자산 등의 용어가 들어간 국가 주도의 프로젝트는 찾기 어려우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위시한 정부 기관에서 지원한 모든 블록체인 사업은 '프라이빗 블록체인(Private Blockchain)'을 기반으로 한다.
오 대표는 한국이 세계적 트랜드를 늦게 따라가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한국 정부에서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집중하는 동안 국제적으로는 대체불가토큰(NFT), 탈중앙화금융(DeFi) 등의 키워드가 이슈화되면서 수많은 국가들이 관련 프로젝트를 발전시켰다"며 "한국에서도 이에 대해 연구와 사업을 시작했지만 규모는 현저히 작았다"고 말했다.
프라이빗 블록체인 사용을 권장하는 정부 기조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오 대표는 "정부에서는 각 증권사에서 증권 거래에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쓰고, 증권사 끼리는 기존 증권 거래 시스템을 사용하라 한다"며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더 이상 투자나 개발의 대상도 아닌데, 이것은 계속 지원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다"고 비판했다.
오 대표에 따르면, 정부의 일관된 암호화폐 정책 기조는 분산원장 요건 등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쓰는 것은 좋으나, 암호화폐(Cryptocurrency)를 도입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 암호화폐는 해리포터의 볼드모트같은 금기어다"며 "이 단어를 언급하면 국가 단위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어 "앞으로 나올 정부 주도의 프로젝트에서도 이런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며 "암호화폐를 사용해 투기성 자산이 아닌 유용한 서비스를 만들어내서 이를 우리가 향유한다면 정부의 시각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