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금융제재 이후 러시아의 탈(脫)달러화·탈유로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외교·안보뿐 아니라 ‘통화’ 측면에서도 세계가 둘로 쪼개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인 지난해 1월 수출결제에서 달러화 및 유로화의 결제 비중은 87%(각 52%, 35%)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9월 54%(각 34%, 19%)로 쪼그라들었다. 두 통화의 빈자리는 중국 위안화 및 러시아 루블화가 채웠다.
특히 위안화 결제 비중이 같은 기간 1% 미만에서 45%로 급증했다. 루블화 결제 비중까지 합치면 작년 9월 기준 47%로 절반에 육박한다.
이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작년 3월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 시스템에서 퇴출하는 등 금융제재를 가한 영향이다.
러시아는 제재 이후 중국과 천연가스 거래시 결제통화를 달러화에서 위안화로 전환했다. 유럽 일부 수입업체들도 루블화로 대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실제 스위프트에 대항하기 위한 송금망 활용이 크게 늘었다. 러시아가 스위프트 대신 중국의 국제은행간 결제시스템(CIPS)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하루 평균 거래 건수가 올해 1월 2만 1000건으로 급증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전의 1.5배 규모다.
러시아의 해외로부터의 자금조달 환경은 악화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러시아 국채 거래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전체 국채에 대한 해외 투자자 비율은 침공 전 약 10%에서 현재 0% 수준으로 급감했다.
루블화 표기 국채의 해외 투자자 비율도 20%에서 10%로 줄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루블화 표기 국채만 발행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 대상이 아닌 국내외 은행을 통해서는 아직도 원유 등의 거래에서 달러화 결제를 지속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 산하 가스프롬뱅크는 스위프트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일본과의 천연가스 거래시 달러화 또는 유로화로 결제대금을 받고 있다.
또 비중은 크게 줄었지만 서방 은행들의 러시아 현지 법인을 통한 지급결제도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