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가 '현금 없는 경제'를 추진하면서 유통되는 지폐 통제를 강화하자, 시중에 돈이 부족해져 대혼란이 빚고 있다.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이 현금 흐름을 통제하고 위조 화폐를 방지한다며 지난해 12월 새로운 화폐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달부터 은행에서 인출할 수 있는 새 화폐 액수를 제한하면서 시중에 돈이 크게 부족해졌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 종일 기다려도 고작 하루 사용할 만큼의 현금만 구할 수 있고, 이마저도 구하지 못해 빈손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많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현금 부족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은행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성난 주민들이 은행원들을 폭행하는 사태까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나이지리아 남서부 이바단, 베닌시티 등에서 폭동이 발생하는 등 정국 불안도 커지고 있다" 설명했다.
나이지리아가 현금 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중앙은행이 전자화폐 사용을 촉진하면서 현금 흐름을 통제하기 위해 서둘러 새로운 화폐를 도입한 탓이다.
중앙은행은 지난 2021년 10월 25일 법정 전자화폐인 ‘이나이라’를 도입했다. 하지만, 성인의 45% 정도만 은행 계좌를 갖고 있는 데다가 전자상거래에 대한 신뢰도 떨어져 전자화폐 사용은 기대만큼 확대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이지리아 정부는 지난해 12월 현금 흐름을 통제하기 위해 새로운 고액권 지폐 3종을 발행하고 국민들에게 올해 1월 31일까지 옛 지폐를 모두 새 지폐로 교환하도록 했다.
새로 발행된 지폐는 200, 500, 1000 나이라 등이다. 이에 따라 많은 국민은 갖고 있던 현금을 은행에 맡겼으나 지폐 발행량이 부족해 새 지폐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나이지리아 정부는 지폐 교환 시한을 지난 10일로 한 차례 늦췄다가 또 다시 오는 4월 10일까지 연장했다.
하지만 교환 대상인 3종의 지폐 가운데 200 나이라 지폐만 4월까지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하고 500 나이라와 1000 나이라 지폐는 시중 유통을 금지해, 현금 부족 사태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나이지리아 정보 분석 기업 스티어스의 분석가 조아킴 매케봉은 현금 부족이 비공식 부문의 중소 상인들은 물론 대기업들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금 부족 사태는 오는 25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비정부 기구인 '국제 위기 그룹'은 "현금 부족 사태가 심각한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는 더 많은 유권자들이 매표 유혹에 넘어갈 위험을 높인다"며 선거를 앞두고 긴장이 고조될 것을 우려했다.
집권 여당인 '범진보의회당'의 대선 후보 볼라 티누부 등 3명의 유력 대선 주자들은 저마다 민주주의를 위한 변화를 이끌겠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 직면한 많은 유권자들은 선거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