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등록 투자자문업체(RIA)가 일정 요건을 갖춘 적격 수탁업체를 통해서만 암호화폐를 보관하도록 규칙 변경에 나섰다.
15일(현지시간) SEC는 투자자문사의 자산 수탁 및 관리 의무 사항을 강화하는 규칙 제안을 통과시켰다. 표결에서 위원 5명 중 4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은행, 신탁 회사, SEC 등록 브로커딜러 만이 적격 수탁업체에 해당하기 때문에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나 대출 플랫폼에 큰 규제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SEC는 기존 수탁 규정을 투자자문업체가 관리하는 모든 고객 자산으로 확대하고, 기습 점검 등을 통해 자산 보호 방안을 추가하겠다는 방침이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규칙 제안은 모든 자산 유형에 적용된다"면서 "현재 펀드, 증권 분류 여부와 상관 없이 모든 암호화폐 자산에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규칙 제안은 투자자문업체가 고객 자산을 분리 보관할 것 또한 요구하고 있다.
겐슬러 위원장은 "현재 규정은 투자자문사와 적격 수탁업체가 자금과 증권을 분리하도록 정하고 있다"면서 "이번 규칙 제안은 해당 요건을 모든 자산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격 수탁업체 파산 등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강력한 보안 수준을 갖춘 계좌에 고객 자산을 적절히 분리·보관하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투자자문사가 고객이 받을 수 있는 보호 방안에 대해 적격 수탁업체와 서면 계약을 체결할 것도 요구했다.
게리 겐슬러 위원장은 "일부 투자자문사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수탁업체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거래소 운영 방식에 따라 수탁업체로 이용이 불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위원회 내부 '찬반' 목소리
규칙 제안을 찬성한 캐롤라인 크렌쇼 위원은 "사실상 많은 암호화폐 증권에 기존 수탁 규정이 적용돼야 하지만,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대부분 적절히 보관·보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고객 자산이 적절하게 보호되지 않을 때 투자자들에게 미칠 수 있는 엄청난 피해와 손실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번 표결에서 '크립토 맘'이라고 불리는 헤스터 피어스 SEC 위원만이 반대표를 던졌다.
피어스 위원은 "요건을 모두 이행하기에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면서 "이 같은 요건은 적격 수탁업체 수를 감소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규칙 시행 시 암호화폐 부문에 적격 수탁업체가 남을 수 있겠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규칙 제안은 '기술 중립성'을 목표한다"는 다른 위원의 발언에 대해 "자산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중립 보관 방식을 고수할 경우, 암호화폐 투자자는 탈취나 사기 위험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 업계 대부분 "이미 규제 이행 중"...일부는 시행 불가 반발
이번 규칙 제안에 대해 코인베이스는 규제 이행과 당국 협력 입장을 적극 피력했다.
폴 그레월 코인베이스 최고법률책임자(CLO)는 "코인베이스 커스터디 트러스트는 현재 적격 수탁업체이며 향후에도 적격 수탁업체일 것"이라면서 "규칙 제안으로 이 같은 사실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은행 앵커리지의 조지아 퀸 디지털 법률고문도 "미국 통화감독청(OCC)의 공인 디지털 자산 은행으로, 자격을 갖춘 수탁업체에 해당한다"면서 "앵커리지 디지털은 이번 SEC 신규 규칙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제이슨 고틀립 모리슨 코헨 준법 책임자 겸 회장은 "명목은 좋지만 시행 가능한 규제인가가 문제"라면서 SEC가 수탁업체의 암호화폐 보유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고틀립은 "적격 수탁업체가 암호화폐를 보관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적인 암호화폐 보유 요건을 만든 것은 아니다"라면서 "결과적으로 적격 수탁업체를 구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