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법안'에서 대체불가토큰(NFT)을 규제 대상에 포함한 가운데, 입법부의 섣부른 규제가 시장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국회에 발의된 디지털자산법안들은 하나같이 NFT에 다른 디지털자산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여야는 지난해 디지털자산 관련법안을 많이 발의했다. NFT를 디지털자산의 하나로 정의함으로써 기타 자산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옳다는 논리를 만든 것이다.
◇ 해외는 별도 규제 대세...갈수록 커지는 NFT 시장 고려
국제적으로 NFT에 대한 별도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NFT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다른 디지털자산과 성격이 다른 만큼 이에 대한 규제도 차이를 둬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앞서 김도현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7월 발표한 'NFT 최근 산업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NFT와 기타 디지털자산의 차이를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암호화폐는 어느 시점에 발행되었든 1:1로 동등한 가치를 갖고 별도로 구분되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며 "NFT는 고유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디지털상에 존재하는 유·무형 자산에 소유권을 부여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 NFT와 기타 디지털자산의 특성 비교표 /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이러한 NFT의 특성을 고려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지난 2021년 10월 '가상자산 및 가상자산사업자 위험 기반 접근법 지침서'에서 NFT가 지불·투자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 가상자산의 범위에 포함돌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관계자는 "NFT가 어떤 기술적 용어나 마케팅 용어를 사용하는지가 규제의 핵심이 아니라, NFT의 성격과 그 실질적 기능을 고려해 각국이 개별사안에 따라 규제해야 할 것이다"고 권고했다.
EU의 대표적 디지털자산 규제법안 '미카(MiCA)'도 NFT를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만 MiCA 법안은 "대체될 수 없는 암호자산, 미술 작품 등 실물자산의 진위를 증명하는 암호자산은 EU 차원에서 맞춤형 제도 검토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향후 EU에서 NFT에 대한 규제를 따로 마련할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에 따라 유럽 위원회는 포괄적인 평가와 더불어, NFT를 위한 체제를 만들고 시장의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NFT 별도 규제를 위한 국제적 논의의 바탕에는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시장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규제는 시장 위축이라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앱레이더(DappRadar)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 동안 발생한 NFT 거래량은 9억 4600만 달러(한화 약 1조1955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의 약 7억 달러(한화 약 8846억원)에서 38% 성장을 기록한 수치이며 지난해 6월 이후 사상 최고치다. NFT 판매 건수도 지난해 12월 670만 건에서 올해 1월 920만 건으로 증가해 한 달 만에 42% 성장했다.
국내 기업들도 NFT 산업에 관심을 보이면서 관련 상품 출시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19일까지 '넥스트 뮤지엄'에서 네오(Neo) QLED 8K와 더 프레임을 활용한 NFT 작품을 선보인다고 지난 9일 밝혔다.
LG전자 역시 지난 5일 뉴욕 타임스퀘어의 대형 전광판에서 'LG 아트랩'의 예술 작품을 선보였다. LG 아트랩의 타임스퀘어 영상은 세계적인 예술가 배리엑스볼의 NFT 미디어아트 작품 4종을 담았다.
◇ 시장 침체 막으려면 명확한 기준이 우선
학계에서도 NFT와 기타 디지털자산의 일괄적 규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러 종류의 NFT별 특성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규제를 적용하면, 국내 NFT 거래소에 부담으로 작용해 NFT 시장이 침체될 수 있다는 문제로 풀이된다.
박성준 동국대학교 블록체인센터장은 NFT를 다른 디지털자산과 별도로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박 센터장은 "NFT가 디지털자산에 포함된다면 NFT 마켓플레이스는 디지털자산거래소가 된다"며 "그렇게 되면 금융당국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마켓플레이스가 신고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국내 NFT 거래가 막힐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이렇듯 NFT를 디지털자산에 포함시킬지 여부는 간단한 문제가 아닌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충분히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정민 법무법인 로베이스 변호사 역시 지난달 30일 국회 디지털자산특위 보고회에서 "NFT는 그 유형에 따라 증권성 여부가 다르다"며 "다양한 NFT 중에 어떤 NFT가 가상자산에 해당하는지, 어떤 NFT가 증권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NFT를 커뮤니티형·자산형·게임형·참여형 등으로 분류했다.
김정민 변호사는 "커뮤니티형 중 소셜 NFT·이벤트 NFT 등은 수집품이나 입장권이 주된 용도이므로 증권으로 분류되기 어렵다"며 "자산형 중 탈중앙화금융(DeFi) NFT의 경우 투자계약증권으로 포섭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