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를 겨냥한 당국의 대응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이 경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국세청이 빗썸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빗썸 본사에서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빗썸 측은 “국세청에서 다녀간 것은 맞지만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통해 빗썸이 막대한 수수료 수입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 보유 중인 암호화폐에 대한 회계처리는 어떻게 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빗썸은 암호화폐 거래 수수료로 하루 20억원이 넘는 이익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코인원도 암호화폐 마진거래와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9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류 위반 및 도박 개장 등 혐의로 코인원 관계자들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인원은 마진거래 서비스를 통해 회원들이 암호화폐로 도박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마진거래는 회원들이 최장 1주일 뒤의 시세를 예측해 공매수나 공매도를 선택하면 결과에 따라 돈을 잃거나 따는 방식이다. 경찰은 이 방식이 도박과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또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은 지난 8일부터 6개 은행을 대상으로 암호화폐 가상계좌 실태 조사에 나섰다. 특히 법인 계좌 아래 수많은 거래자의 개인계좌를 두는 이른바 ‘벌집계좌’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거래소와 은행을 상대로 고강도 조사에 나선 것은 과열되는 암호화폐 시장을 냉각시키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은행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로 투자금이 유입되는 가상계좌를 공략하고 차단해, 사실상 시장을 고사(枯死)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정부의 이런 고강도 압박에 투자 심리 또한 얼어붙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에 나설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대규모 매도가 또 다른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8일 2500만원까지 상승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크게 하락해 11일 오전 21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4200원 선에서 거래되던 리플도 현재 전날보다 17.28% 떨어진 2781원에 거래되고 있다.
도요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