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애플(AAPL)과 메타(META)에 총 700만 유로(약 1,008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며 디지털시장법(DMA)의 집행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번 제재는 두 기업이 DMA의 핵심 조항을 위반한 데 따른 것으로, 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내려진 비준수 결정이기도 하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애플이 앱스토어(App Store) 내 인앱 결제 유도 정책을 통해 사용자 선택권을 침해한 사실을 근거로 5억 유로(약 720억 원) 벌금을 부과했다. 애플은 개발자에게 외부 결제 링크를 제공하도록 허용했지만, 가격 표시 등 핵심 정보를 제한하며 사실상 외부 결제로의 유도 효과를 무력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위원회는 “애플은 이러한 기술적·상업적 차단 정책을 철회하고, 동일한 목적이나 효과를 갖는 유사 정책 반복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애플은 “법 준수를 위해 수십만 시간의 엔지니어링 작업과 수십 건의 정책 수정을 진행했으나, 규제 당국은 지속적으로 기준을 변경하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메타도 개인화 광고를 둘러싼 DMA 위반으로 2억 유로(약 288억 원)의 벌금을 통보받았다. 메타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자사 플랫폼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용자가 데이터 통합을 명확히 거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난 해 3월부터 11월 사이 제공된 유료 구독 기반 ‘비데이터 결합 옵션’이 무료 계정과 실질적으로 동등하지 않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결론 났다.
메타 측은 “유럽 기업이나 중국계 기업과 달리 미국 기술 기업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조치”라며 유럽연합의 결정에 공개 반발했다. 이와 함께 메타는 지난해 11월부터는 개인정보 활용을 최소화한 새로운 무제한 옵션 기능을 공개하며 대응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EU 측은 해당 기능조차도 현재 검토 대상으로 지정한 상태다.
이번 결정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서 운영 방식을 더욱 정교하게 설계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DMA는 특정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규정하고 시장 지배력을 억제하는 것을 핵심 목적으로 삼고 있으며, 향후 마이크로소프트(MSFT), 구글(GOOGL) 등 다른 기업들에 대한 유사 제재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