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DA)의 주가가 미중 무역 갈등 악화 우려 속에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중국을 방문한 젠슨 황(Jensen Huang) 최고경영자(CEO)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수출 규제가 자사에 실질적 타격을 주고 있다”고 언급하며, 중국 시장이 엔비디아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인공지능(AI) 핵심 반도체인 H20 칩의 중국 수출에 대해 별도의 라이선스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로 인해 회사 측은 1분기에 최대 55억 달러(약 7조 9,200억 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해당 반도체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연산을 책임지는 핵심 제품군으로, 중국 내 대형 데이터센터와 기술기업 고객들에게 꾸준한 수요가 있어왔다.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는 최근 첨단 기술 수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반도체, 드론, AI 등 민감 산업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공급망을 재조정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AI 업계 대표주자인 엔비디아는 실적 타격과 더불어 글로벌 성장 전략 전반에 걸쳐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황 CEO는 중국 관영매체 CCTV 인터뷰에서 “우리는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중국 시장을 계속해서 공략해 나갈 것”이라며 제품 구조 개선과 규정 적합성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류훙빈 주석, 딥시크(DeepSeek) 설립자 량원펑 등과도 회동을 갖고 양국간 R&D 협력 방안과 기술규제 완화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같은 악재가 연이어 발표되면서, 미국 증시 개장 초반 엔비디아 주가는 약 4% 가량 급락했다. 올해 들어 누적 하락률은 25%를 넘어섰다. 월가에서는 AI 산업의 중장기 성장세는 여전히 견고하지만, 지정학 리스크와 미중 간 긴장 격화가 단기간 조정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엔비디아는 여전히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선두주자라는 입지를 지키고 있지만,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른 리스크 요인이 커지는 만큼 투자자들은 향후 수개월간 실적 가이던스와 규제 이슈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AI 업계와 IT 벤처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미중 갈등이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에 구조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