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대통령의 날을 맞아 일론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1만 명이 넘는 시위 참가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와 머스크가 주도하는 정부 개혁 조치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시위대는 워싱턴 스퀘어파크에 모여 DOGE가 수백만 명의 미국인 데이터를 손에 쥐고 있으며, 연방 기관을 해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머스크가 공식적인 선출 과정 없이 정부에 막대한 영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한 시위 참가자는 "머스크가 개인 데이터를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위험하다"며 "그는 공상과학 소설 같은 미래를 현실화하려는 사람이며, 조작할 수 있는 자원까지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행정명령을 통해 DOGE를 설립하며 머스크에게 정부 내 비효율성을 제거할 권한을 부여했다. 이후 DOGE는 연방 기관의 직원 1만여 명을 해고하고, 7만 5000명에게 퇴직 보상을 제안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또한, 미국 국제개발처(USAID)를 폐지하고 정부 계약 104건을 철회하는 등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
이 과정에서 머스크와 DOGE가 미 재무부의 디지털 결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사회보장연금과 세금 환급 등 수조 달러 규모의 자금을 관리하는 핵심 인프라로, 보안과 법적 문제를 둘러싼 우려가 제기됐다.
반면, 트럼프와 머스크의 지지자들은 이번 조치가 정부 내 부정부패와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실질적인 개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반대 측에서는 오히려 정부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고, 새로운 형태의 권력 집중이 이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DOGE의 권한 남용 문제를 놓고 법적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주 정부와 연방 공무원 단체들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과 행정 투명성 부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시위는 단순한 정책 반대 시위를 넘어, 머스크가 비선출 관료로서 국가 운영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계기가 됐다. "머스크에게 권력을 넘겨준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는 구호가 시위대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