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전 세계에서 벤처캐피털(VC)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들의 인수합병(M&A) 거래 건수가 전년 대비 26% 급증했다. 다만 작년 4분기와 비교했을 땐 큰 변동이 없어, 기대를 모았던 상승세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다.
크런치베이스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동안 총 550건의 VC 지원 스타트업 인수합병이 이뤄졌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435건에 비하면 큰 폭의 증가지만, 직전 분기인 4분기의 563건보다는 소폭 감소한 수치다. 특히 미국 내 VC 지원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M&A는 총 3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나 늘어났지만 전 분기의 295건과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번 분기 가장 주목할 만한 거래는 구글(GOOGL)의 모회사 알파벳이 클라우드 보안 스타트업 위즈(Wiz)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건이다. 320억 달러(약 46조 원)에 달하는 이 거래는 VC가 지원한 비상장 기업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단 1년 전만 해도 알파벳은 위즈 인수를 위해 230억 달러(약 33조 원)를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올해 들어 가격을 40% 이상 높이며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와 함께 소프트뱅크는 AI 기반 칩 설계사인 앰페어 컴퓨팅(Ampere Computing)을 62억 달러(약 8조 9,000억 원)에 전격 인수하며 두 번째로 주목받는 대규모 글로벌 딜을 이끌었다. 이처럼 굵직한 건들이 이어지면서, VC 업계에서는 2025년이 대규모 거래의 해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M&A 시장의 분위기를 띄우는 데는 정치 지형의 변화도 영향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하면서 규제당국의 입장이 유연해질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특히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미 법무부(DOJ)의 기업결합 심사가 완화될 것이란 전망에 M&A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감은 글로벌 무역 갈등과 시장 변동성, 경기침체 우려 등 복합적인 리스크에 가려지고 있다. 투자은행 후리한 로키(Houlihan Lokey)의 기술 부문 공동대표 라이언 런드는 “올해가 큰 기회의 해가 될 수 있겠지만, 지금의 상황은 2018~2019년을 떠올리게 한다”며 진폭이 크지 않은 완만한 성장세를 예고했다.
그는 또 “M&A 계약이 체결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며, 과거 3~6개월 걸리던 협상 기간이 최근에는 6~8개월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벤처캐피털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분배 수익률(DPI)이 미미한 상황도 회수 속도를 늦추는 원인 중 하나다.
이스라엘 VC 운용사인 YL벤처스의 오퍼 슈라이버 파트너는 “전통적인 대형 전략적 인수자들이 현재와 같은 불확실한 시장 분위기에서는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M&A 시장의 보수화 흐름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말까지 시장의 흐름이 반전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톰베스트 벤처스의 매니징 디렉터 우메시 파드발은 “M&A와 IPO(기업공개) 모두 하반기로 갈수록 회복 예상된다”며 “지금은 시장이 자신감을 되찾기까지 인내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