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의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공격적인 지지 움직임이 유럽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며 경고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변화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급증할 경우, 이는 유럽 자금의 대미 유출과 금융 주권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정책 전문 매체 폴리티코(POLITICO)가 입수한 ECB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ECB는 지난 6월 시행된 암호자산시장규제법(MiCA)이 시행된 지 불과 몇 달 만에 이 규제 프레임워크를 다시 손볼 것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요청했다. 미국에서 추진 중인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예컨대 STABLE법안과 GENIUS법안이 현실화될 경우, 유럽 암호화폐 시장이 달러 기반 자산으로 빠르게 전환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ECB는 이 같은 변화가 유럽 은행의 유동성 위기를 촉발하고, 금융 생태계에 심대한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친암호화폐 정책 기조가 미국 스테이블코인의 세계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 계기가 되면서, 유럽의 제도권 발행 스테이블코인들이 경쟁력을 상실할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러한 ECB의 경고가 과장됐다는 입장을 내놨다. 익명의 유럽 외교 소식통은 "여러 회원국이 미국 변화에 성급히 대응하자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면서 "현행 MiCA 규정으로도 시장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인마켓캡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2,341억 달러(약 341조 6,860억 원)에 달한다. ECB는 유럽 내부 발행사들이 역내외 투자자로부터 환매 압력을 받을 경우, 일종의 금융시장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레이딩스트래티지의 공동 창립자 미코 오타마(Mikko Ohtamaa)는 "ECB가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유럽은 규제 선도 국가가 될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렸다"고 평가했다. 그는 MiCA 규제가 전통 금융권의 로비로 인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며, 현재 유럽 내 어떤 스테이블코인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