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 전체 시가총액이 16일 하루 동안 약 3.65% 하락해 2조 5,800억 달러(약 3,767조 원)를 기록했다. 총 970억 달러(약 141조 6,200억 원)가 증발한 셈이다. 이번 하락세는 기술주 부진, 중국의 비트코인 매각 가능성, 선물시장 대규모 청산, 약세로 전환된 기술적 지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새로운 칩 수출 제한 조치를 내리면서 투자심리가 급랭했다. 16일 나스닥100 선물은 2.3% 이상 하락했으며, 유럽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반도체 기업 ASML은 수요 약화 우려로 7% 넘게 밀렸다. 암호화폐는 2020년 이후 미국 증시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왔기에 이번 하락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재현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한 관세 정책에 따라 글로벌 경제 불안이 고조되면서, 금 시장에는 안전자산 수요가 몰렸다. 금 가격은 이날 온스당 3,31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는 연초 대비 26.5% 상승한 수치다. 반면, 비트코인(BTC)은 올해 들어 11.5% 하락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하락 압력을 가중시킨 또 다른 요인은 중국발 매도 가능성이다. 복수의 지방정부가 보유 중인 약 1만 5,000BTC(약 1조 8,400억 원)를 해외 거래소에서 점진적으로 처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중국 경기 부양을 위한 유동성 확보 조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CryptoQuant의 기영주 대표는 이미 올 초 중국이 플러스토큰 사기 사건에서 압수한 약 200억 달러(약 29조 2,000억 원) 상당 비트코인을 매각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현재도 중국 정부는 19만 BTC(약 22조 1,000억 원)를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차원의 암호화폐 매각은 매도 압력이 집중되면 시장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 과거 독일, 미국의 매각 사례에서도 적은 물량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미쳤던 전례가 있다.
선물 시장에서도 대규모 청산이 발생했다. 온체인 데이터에 따르면 24시간 기준 총 청산 규모는 약 2억 4,537만 달러(약 3,578억 원)에 달했으며, 이 중 1억 7,383만 달러(약 2,534억 원)는 롱 포지션 청산이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ETH)이 각각 5,154만 달러(약 752억 원), 4,981만 달러(약 727억 원)로 가장 큰 손실을 기록했고, 솔라나(SOL)와 월드코인(WCT)도 수천만 달러 규모의 청산이 이뤄졌다.
기술적 관점에서도 부정적인 신호가 다수 나타났다.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은 약 2.6조 달러에서의 멀티월 저항선을 돌파하는 데 실패했으며, 이는 50일 지수이동평균선이 위치한 2.72조 달러 부근과 일치한다. 현재 시장은 여전히 하락 채널의 상단에서 저항에 부딪히고 있으며,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인 2.81조 달러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대강도지수(RSI)도 47선을 유지하며 매수세 약화를 시사한다.
추가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시장은 지난해 강한 지지를 보였던 2.2조 달러(약 3,212조 원) 수준까지 밀릴 가능성이 있다. 시장이 뚜렷한 반등을 보이기 전까지는 하락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