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토안보부 산하 엘도라도 태스크포스가 월가의 지원을 받는 암호화폐 기업 앵커리지 디지털(Anchorage Digital Bank)을 수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배런스에 따르면 엘도라도 태스크포스는 최근 몇 주간 앵커리지 디지털의 전직 직원을 접촉해 이 회사의 내부 정책과 운영 절차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복수의 익명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앵커리지가 연루됐을 수 있는 금융 범죄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되는 점은 엘도라도 태스크포스가 ‘국경을 넘는 자금세탁’과 관련한 조직적 범죄 대응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라는 점이다. 태스크포스는 지난 1992년 뉴욕에서 출범한 뒤로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내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대응해왔다. 이번 조사 역시 앵커리지 디지털의 해외 사업들과 관련해 국경 간 자금 흐름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앵커리지는 디오고 모니카(Diogo Mónica)와 네이선 맥컬리(Nathan McCauley)가 2017년 공동 설립한 암호화폐 기업으로, 미국을 본거지로 싱가포르와 포르투갈에도 법인을 두고 있다. 안드리센 호로위츠,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비자(Visa)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앵커리지는 미국에서 연방 정부의 정식 인가를 받은 유일한 암호화폐 전문 은행으로, 2021년 1월 통화감독청(OCC)으로부터 전미 트러스트 은행 면허를 취득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법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2022년 4월에는 자금세탁방지(AML)와 은행비밀법(BSA) 준수 미흡으로 OCC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OCC는 이 기관에 문제 해결을 위한 전담 위원회 설립을 요구했다.
앵커리지 디지털은 기관 투자자를 상대로 한 암호화폐 수탁 및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다. 2024년 1월 블랙록(BlackRock)이 출시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의 공식 수탁사로 선정됐으며, 코인베이스(Coinbase), 비트고(BitGo)와 함께 암호화 자산을 보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블랙록의 ETF는 출시 이후 2025년 4월까지 약 355억 달러(약 51조 8,300억 원)에 달하는 순유입을 기록했다.
또한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의 비트코인 보유 자산에 대한 수탁 및 담보 관리도 지원 중이다. 회사는 2024년 기준 500억 달러(약 73조 원)가 넘는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앵커리지는 리플(XRP), 크라켄(Kraken), 타우루스(Taurus), 파이어블록스(Fireblocks) 등 디지털 자산 수탁 시장의 강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통 금융권인 HSBC, 씨티은행(Citi), BNY멜론(BNY Mellon) 등도 암호화폐 수탁시장에 진입하며 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파이어블록스의 기업 전략 담당 부사장 아담 레빈(Adam Levine)은 “미국 시장에는 여전히 충분한 요건을 갖춘 디지털 자산 수탁사가 부족하다”며 제도권 내 보관 수요 증가에 대한 공급 격차를 지적했다. 실제로 EY가 2025년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의 59%는 운용 자산의 최소 5% 이상을 암호화폐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제도적 명확성과 안전한 수탁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앵커리지 디지털에 대한 국토안보부의 조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