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서방의 경제 제제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암호화폐를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중앙은행(CBR)이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러시아 현지 매체 TACC에 따르면 마리아 텔레긴(Maria Telegin) 러시아 중앙은행 금융기술 책임은 2022년 3월 3일(이하 현지시간) '블록체인 기술 개발 및 디지털 금융 자산 규제' 행사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 "중앙은행은 기존 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서 "달리 변경된 바 없다"고 답했다.
앞서, 러시아 중앙은행은 암호화폐의 극심한 가격 변동성과 불법적인 사용 등을 문제 삼으며, 암호화폐 사용 및 채굴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2022년부터 모든 암호화폐 송금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모든 암호화폐 거래를 감시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마리아 텔레긴의 발언은 암호화폐가 러시아 경제 제재 회피 목적으로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중앙은행이 암호화폐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인 입장을 철회하지 않는 모습을 통해 암호화폐를 통한 제재 우회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부인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한편, 러시아가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악용할 수 있다는 국제 사회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미국 전 국무장관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러시아 이용자를 차단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암호화폐 시장이 러시아의 탈출구가 되지 않도록 정부가 면밀히 감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