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20개국(G20)의 위험감시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FSB)에서 암호화폐 시장의 리스크를 우려하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2022년 2월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G20의 FSB는 “2조 6000억 달러(약 3100조 원) 규모의 암호화폐 시장의 리스크가 빠르게 커질 수 있으며, 각국의 규제당국은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FSB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BTC)과 같은 암호화폐들이 대형 은행의 금융 상품이나 헤지 펀드와 같은 전통적인 금융에 포함돼 있으며 복잡한 투자 전략에 암호화폐 파생상품이 포함되는 등 금융 시장의 한 부분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암호화폐들이 금융 시스템의 일부분이 됐지만 투자자들 간의 정보 격차로 인해 암호화폐 사용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고, 상당수 투자자들이 자신이 구매하는 암호화폐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결국 FSB는 암호화폐와 금융시장이 더욱 밀접하게 연결될수록 암호화폐 시장이 갖는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이로써 FSB는 과거 암호화폐가 금융시장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던 자신들의 주장을 번복했다.
FSB는 “현재 암호화폐 시장의 규모와 성장 궤적을 살펴보면 금융시장과의 연결이 짙어질수록 글로벌 금융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암호화폐 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암호화폐 시장의 붕괴 가능성은 금융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021년 5월, 중국이 암호화폐 규제를 강화한 이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하락세가 보이자 투자자들은 암호화폐를 매도하고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이로 인해 미국과 독일의 국채 수익률이 하락하기도 했다.
존 쿤리프(Jon Cunliffe) 영국은행 부총재는 2021년 10월, 암호화폐 붕괴와 관련해 “있을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FSB는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중앙은행 없이 암호화폐를 대출해 주거나 예치해 주는 디파이는 낮은 금리에 높은 수익률로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사기 등 범죄에 취약하다는 주장이다. FSB는 “충분한 규제와 시장 감독이 없다면 디파이 관련 플랫폼은 금융시장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FSB는 실질적으로 규제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직접적이 규제를 할 수는 없지만 G20 회원국들은 합의된 원칙에 따라 FSB의 권고를 최대한 받아들여야 한다. G20 회원국에는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 G7 국가와 유럽연합(EU)의 의장국, 그리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호주, 브라질,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 12개국이 포함돼 있다.
현재 암호화폐 규제에 대해서는 EU가 가장 앞서고 있지만, 사실상 국경이라는 것이 없는 암호화폐의 특성상 암호화폐 규제와 관련해서는 전 세계적인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