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관리감독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취지의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두 의견의 대립 구도가 나타났다. 첫 번째는 투자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제 등을 담당할 전담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두 번째는 기관 설립이 아직은 시기상조이며, 산업 진흥을 위한 업권법부터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2021년 12월 22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디지털자산 관리감독원 설립 토론회’가 개최됐다.
현재 디지털자산 시장 규모는 3조 달러를 넘어서는 등 급격히 시장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관련 법규 미비와 담당 기관 부재로 인해 투자자 보호는 시장 규모에 비해 미흡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 관리 감독을 맡을 '디지털 자산 관리감독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디지털자산 관리감독원 신설해 투자자 보호해야"
먼저 '가상자산시장 신뢰성 확보를 위한 정책방향'을 발제한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주요 원칙·국제적 정합성·국내 가상자산사업자에 관한 문제점과 대응을 고려해 규제 방안을 제시했다.
△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그는 ▲자본시장에 준하는 불공정거래금지 규정 마련 ▲가상자산 의무공시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가상자산 업법도 규제 당국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고도화된 규제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잘못된 사기죄나 불공정 거래임에도 입증 책임·집행력 미확보로 발생하는 문제의 대응을 위해 가상자산업법을 만들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 가상자산업법 제정 방향 /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김 연구위원은 “궁극적으로 블록체인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길은 가장 기본적인 가상자산사업자 규제로 발행인과 투자자간 정보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고, 투자자 보호를 보호해 시장 신뢰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디지털자산 관리감독원의 기능 및 역할'을 주제로 감독원 신설의 필요성과 주요 업무, 지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 설명했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
최 에반젤리스트는 "가상자산의 기술적 속성과 산업적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관리·감독과 지원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새로운 전담기관을 설립해 가상자산 산업을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디지털자산 관리감독원은 ▲디지털자산 시장 건전화 및 이용자 보호 ▲디지털금융 및 금융보안 관련 기술특허 관리 지원 ▲이용자 보호를 위한 교육센터 ▲스마트컨트랙트 감사관 등 디지털 전문인력 양성 등이 주 역할이다. 세부 내용으로는 발행시장 관리, 코인 상장폐지 시스템 관리, 24시간 모니터링 가능한 중앙 데이터 센터 구축, 디지털자산 출원 법률 자문, 스마트컨트랙트 감사관 신설·양성 등을 골자로 한다.
특히, 최 에반젤리스트는 "금융감독원 설립 당시 은행들이 재원을 분담했던 것처럼, 전적으로 국내 이용자들에게 의해 수익을 형성하는 국내 거래소 경우를 고려해 분기당 1조 원을 넘게 벌어들이고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사회적 책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지는 토론회에는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 회장 ▲박주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과 과장 ▲설재근 한국블록체인협회 수석부회장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안유화 성균관대학교 교수 ▲이수환 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 등이 참석했다.
△디지털자산 관리감독원 토론회
"감독보단 진흥 먼저 신경써야"
토론자로 나선 설재근 한국블록체인협회 수석부회장은 "가상자산 산업의 제도권 편입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도 “업계 스스로 자율규제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고 언급했다. 설 부회장은 "디지털 자산 관리, 감독 이런 측면이 아니라, '디지털자산 진흥감독원'이 돼야 한다"며 "이 산업을 육성하고 보호하는 측면과 투자자·참여자를 보호하는 측면 두 가지를 수행하는 형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의 디지털자산 시장 개입에 대해 "블록체인협회에서도 김앤장과 코인 상장·폐지, 내부 통제 기준, 공시, 분쟁 조정, 표준 이용 약관 등을 자기 규제 측면에서 서로 협의 중"이라며 "코인 평가, 공시, 특허 등은 산업이 커져가는 과정에서 민간 영역에서 조성될 것인데, 굳이 정부가 감독원을 만들어 담당하겠다는 데는 동의하기힘들다"고 지적했다.
"규제 필요하지만 업권법 제정이 먼저"
오문성 교수는 "엉터리 공시와 부실한 백서만 가지고 코인을 사야하는 현 상황은 문제가 있으며,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당연히 감독과 제재가 필요하다"며 “다만 감독의 문제는 현 시점에서 너무 이른 부분이며, 무엇을 감독해야 하며 어떤 내용을 포함해야 할지 모르는 부분이 많아 일단 관리감독원을 설립하기 전에 업권법을 만드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유화 교수는 "미래 금융산업 발전 방향은 디지털 금융이며, 이를 한국의 글로벌 브랜드를 구축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아직 산업 발전이 먼 블록체인 업계에 정부가 먼저 관리원을 만들고 지원을 해주겠다는데, 그러려면 정부가 시장보다 잘 알아야 하는데 그럴 수 있겠는가"라고 감독원 설립에 반문을 던졌다.
안 교수는 "한국은 수출과 수입 모두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자체 시장이 작기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규제가 자유롭고 개방된 국가가 돼야 한다"며 "정부의 시장개입은 최소화하되, 국제 기관에 대한 파트너 역할을 할 디지털 전담 기구의 설립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이수환 국회 입법조사관은 "민간 조직과 정부 조직 두 가지 설립형태에 대해 얘기가 나오는데, 민간 기관으로 운영할 경우 전문성 확보가 수월하며 시장 친화적이라는 주장이 있고 정부 기관 형태일 시 정부 협조를 얻기 쉽다고 보는 입장이 있다"며 "먼저 사회적 합의가 도출된 다음에 법률로 정리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토론회에서 불공정 거래 감독과 투자자 보호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필요성을 공감하였으나, 규제의 강도와 순서에 대한 정부 정책과 업계·학계 간 의견이 대립됐다. 또한 규제 시 어떤 것을 어디까지 공시하고 누가 해야 하는지 등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도 입장이 달라서 향후 논의가 필요한 과제로 남게 됐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는 "디지털자산 관련 규제가 거래소 자율에만 맡겨져 있어 문제가 발생해도 마땅히 제재할 수단이 없는 상황"이라며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산업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 체계적인 가상자산 관리 감독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전담기관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토론의 좌장을 맡은 이정엽 회장은 "디지털자산 관리감독원이라는 것이 유례가 없고 어떤 형식으로 설립하고 기능을 가져야 되는지에 대해서는 토론해야 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