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체이스의 암호화폐 발행 등 주류 은행의 관심이 표면화되고, 규제 명확화를 기다리며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 산업이 넘어야 할 은행권 문턱은 여전히 높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대형 금융기관들이 암호화폐 기업에 기본적인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여전히 꺼린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도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에서 계좌를 차단 당했으며, 증권거래위원회(SEC) 출신을 자문 위원으로 둔 유명 암호화폐 결제업체 비트페이(BitPay)도 몇 차례 은행의 지원 거부를 겪었다.
유럽 의회에 암호화폐 관련 금융 범죄 보고서를 작성, 제출한 바 있는 앤트워프 대학의 로빈 후벤(Robby Houben) 교수는 “어떤 은행도 산업을 도울 의사가 없다”고 발언했다.
교수는 “암호화폐 업계에도 건전한 시장 조성과 규제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사기, 자금세탁, 탈세를 진행하는 부류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짚었다.
암호화폐는 익명 거래, 탈(脫)시스템 거래를 가능하게 하며 생성 초기 주로 불법 활동에 악용됐다. 2013년 FBI가 차단한 불법 사이트 실크로드, 2016 미국 대선 해킹 스캔들 등에도 연루돼 부정적인 이미지를 더했다.
암호화폐 지지단체 코인센터(Coin Center)의 제리 브리토(Jerry Brito) 수석은 “합법적인 활용 사례들이 나오고 있지만, 은행 입장에선 전면 금지가 훨씬 편리한 조치”라고 밝혔다.
은행의 암호화폐 산업 지원은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암호화폐 상품은 더 엄격한 기준과 요건이 부과되기 때문에 비용 부담도 그만큼 늘게 된다. 금융기관이 치러야 하는 관련 규제 비용은 연간 25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코인플렉스(CoinFLEX) 거래소는 기존 금융 서비스 이용을 포기하고 급여를 스테이블코인 ‘테더’로 지급하고 있다. CEO 마크 램브는 “산업 초기이기 때문에 은행이 업계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시그니처은행, 뱅크프릭 등, 규모가 작은 은행들이 서비스 부족에 시달리는 암호화폐 시장에 손을 내밀고 있다. 뉴욕 증시 상장을 준비하는 실버게이트은행은 500여 암호화폐 기업의 400억 달러 자금을 관리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런던 블록체인 자문 기업 NKB의 벤 세블리(Ben Sebley) 수석은 “암호화폐 기업의 경우, 잠재 파트너 은행과 세부 논의를 수 개월간 진행하기도 한다”며, “기본적인 은행 서비스를 거부하는 것은 산업 성장을 지연시키고 우회 방법을 찾을 수 밖에 없도록 강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칠레, 인도 등에서도 금융 안정성을 위해 계좌를 동결하는 은행과 공정한 서비스 제공을 요구하는 거래소 간 법적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와이오밍 주는 블록체인 등 은행 서비스 제한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특수 금융기관 설립 법안을 추진 중이다.
하이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