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3백억 원 이상의 ‘유사 암호화폐’ 사기에 피해를 입은 일부 투자자들이 검찰에 고소장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보물선을 인양할 계획이라며 투자자를 모집해서 암호화폐를 판매한 신일그룹 관계자들이 현재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와 비슷한 사기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데, 헥스트라코인은 기본적인 시스템조차 갖추지 않고 사실상 다단계 방식으로 사기를 자행했다.
지난해 10월 ICO를 진행한 유사 암호화폐 헥스트라코인에 투자했다가 총 60억 원가량의 피해를 입은 50여 명은 지난달 30일 헥스트라코인 회사와 투자 모집책으로 의심되는 이들을 사기 및 유사수신 혐의 등으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유사 암호화폐에 투자했다 돈을 잃은 이들이 집단소송에 나선 것은 30억 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모았다가 ‘다단계 사기’ 정황이 드러나 가격이 폭락했던 ‘비트커넥트’ 이후 두 번째다.
헥스트라코인은 지난해 10월부터 높은 이자와 원금을 보장하는 유망한 코인으로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했다. 헥스트라코인을 발행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한 회사는 초기 구매자들에게 0.9달러의 저렴한 가격으로 코인을 공급하고, 코인 가격이 2018년 연말까지 150달러로 오를 것이라고 홍보했다. 국내에서도 1천여 명 이상이 가입한 암호화폐 전문 SNS 등에서 홍보가 이뤄졌다.
헥스트라코인의 가장 큰 특징은 ‘렌딩 코인’이라는 것이다. 렌딩 코인은 투자자가 사들인 코인을 회사에 일정 기간 대여하면 그 기간에 따라 회사에서 투자자에게 이자를 주는 코인을 뜻한다. 이율은 파격적이었다. 헥스트라코인 쪽은 투자자들에게 원금 보장은 물론 최소 월 48%의 이자수익을 약속했다.
‘다단계 판매’ 방식도 활용됐다. 헥스트라코인은 투자자들이 다른 투자자를 유치하면 단계별로 투자금의 0.2~8%에 이르는 ‘추천 수당’을 지급해 규모를 키웠다. 최소 수백억 원으로 예상되는 피해규모에 비해 고소인의 숫자가 적은 것도 투자자들이 다단계로 연결된 탓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1달러도 되지 않은 코인 가격을 올해 말 150달러까지 올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헥스트라코인 측은 지난 투자자가 불어난 올 1월, 해킹을 당했다며 사이트를 폐쇄했다. 열흘 뒤 1월 12일부터 거래가 재개됐지만 코인 가격은 폭락한 상태였고 이후 3월에는 0달러가 됐다.
시스템 구축이나 실체 없이 1단계 8%, 2단계 3%, 3단계 1% 등 다단계로 추천 수당을 지급하며 규모를 늘렸다. 두바이에 있다고 알려진 헥스트라코인 운영진은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으로만 투자를 받아 자금 추적이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암호화폐로 자금을 모으는 ICO를 전면 금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유사수신 피해 신고 712건 중 64%가 암호화폐 관련 사건이었다.
헥스트라코인은 총 3천만 개 이상 유통됐다. 초기 가격인 0.9달러로 계산해도 최소 300억 원 이상의 투자금 피해가 예상된다. 검찰은 헥스트라코인 관련 사건을 고양지청에 배당하고, 조만간 피해자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동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