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작업이 대부분 은행 간 결제를 간소화하기 위한 도매용 CBDC에 집중돼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암호화폐, 블록체인 기술 개념을 바탕으로 금융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CBDC 개발에 뛰어들면서 해당 부문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블록체인 컨소시엄 R3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현재 중앙은행들이 작업 중인 CBDC의 용도는 대부분 은행 간 거액 결제를 지원하는 도매용 CBDC라고 주장했다. 일반 소비자와 기업이 상거래에 사용할 수 있는 소매용 CBDC를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CBDC는 도매용과 소매용으로 분류할 수 있다. 도매용은 시중은행 간 결제만 지원하는 반면 소매용 CBDC는 기업, 중소기업, 개인 등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보고서는 "전 세계 CBDC 프로젝트가 대부분 도매용 CBDC 시스템 창출이라는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도매용 CBDC는 사실상 중앙은행의 현대화 작업에 그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BDC 도입에 가장 앞장서온 중국도 표면적으로는 소매용 CBDC를 발행하는 것은 아니라고 알려졌다. 중국 인민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위안화 소비자에게 직접 지급해 사용하는 방식이 아닌, 은행을 통해 현금, 적립금, 포인트 등의 형태로 전환해 사용하는 간접 거래 방식을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실제 활용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결제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는 현재 선전, 쑤저우, 시안, 청두 등의 도시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현지 스타벅스, 맥도날드, 서브웨이 등 다국적 기업과 알리바바, 텐센트, 징동닷컴 등이 참여 중이다.
보고서는 소매용 CBDC가 "일반 대중과 기업, 금융기관 등 현재 중앙은행 화폐를 이용할 수 없는 대상을 지원하는 매우 참신한 결제 실험"이라면서 "디지털 중앙은행 화폐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또한 보고서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 자원을 투입하기 시작한 중앙은행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웨덴의 경우 현금 이용이 감소하는 추세를 반영해 지난 2017년부터 CBDC 'e-크로나'의 발행 필요성과 잠재적 영향을 검토하고 실제 개발과 테스트에 나서고 있다.
이번 보고서를 발간한 R3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블록체인 컨소시엄이다. 금융산업에 최적화된 분산원장 플랫폼 '코다(Corda)'를 개발 중이며 컨소시엄 내 여러 금융기관과 협력해 다양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