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토큰(digital token)을 구입하는 것은 수개월 또는 수년 뒤에 상영될 예정인 브로드웨이 뮤지컬 티켓을 구매하는 것과 같다.”
금융연구원의 이광상 연구원은 최근 작성한 리서치 노트를 통해 “지난해 토니상 11개 부문을 휩쓴 ‘해밀턴(Hamilton)’ 처럼 성황리에 상영될 뮤지컬의 티켓에 해당하는 디지털 토큰을 구입했다면, 나중에 몇 배의 투자 이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반대로 실패작으로 끝날 경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ICO(Initial Coin Offerings)가 아직 발행과 관련된 법률 및 규제 체제가 갖춰지지 않아 ‘불확실성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IT 벤처 기업들이 새로운 자금 조달 채널로 ICO를 활용하는 경우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금융 당국에서는 ICO 관련 거품을 차단하고 순기능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춰 규제 환경을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CO는 독자적으로 발행된 디지털 토큰이 증권회사 등 중개인 없이 온라인상에서 개인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직접 판매되며, 발행 기업은 투자자에게 배당이나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이 연구원은 소개했다. 디지털 토큰을 보유한 투자자는 발행 기업에 대한 지분이나 소유권이 없고, 다만 제품이나 서비스의 이용 확대 등에 따른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ICO는 현금으로 모집되는 IPO(Initial Public Offering)나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과 달리 통상 비트코인(BTC)이나 이더(ETH) 등 기존에 유통되고 있는 디지털 통화와 교환되는 형태로 모집된다고 이 연구원은 말했다. 때문에 ICO를 통한 자금 조달 확대는 비트코인이나 알트코인(alt-coin) 가격의 급등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디지털통화 분야 전문 조사업체인 스미스+크라운(Smith+Crown)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초까지 전 세계에서 ICO 방식으로 조달된 자금의 총액은 11억 달러를 상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성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