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벤처캐피털 업계는 IPO 시장이 얼어붙고 인수합병(M&A) 활동이 둔화되면서 유동성 부족을 호소해 왔다. 하지만 최근 AI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한 M&A 활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크런치베이스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안 벤처 지원을 받은 AI 스타트업 65개가 인수되며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의 거래량을 이미 넘어섰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 기록한 평균 76건의 거래를 뛰어넘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번 분기의 가장 큰 거래로는 서비스나우가 AI 엔터프라이즈 어시스턴트 플랫폼 제공업체 무브웍스를 28억 5,000만 달러(약 4조 1,000억 원)에 현금과 주식으로 인수한 건이 꼽힌다. 이는 작년 초 이후 AI 관련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최대 규모의 인수였다.
또한 엔비디아가 투자한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CoreWeave)는 AI 개발자 플랫폼 웨이츠 앤드 바이아시스(Weights & Biases)를 17억 달러(약 2조 4,500억 원)에 인수하며, 이번 분기의 주요 거래 중 하나로 주목받았다. 이 외에도 AI 기반 실사 콘텐츠 제작업체 메타픽직(Metaphysic)이 브라마(Brahma)를 14억 달러(약 2조 원)에 인수하는 등 굵직한 거래들이 연이어 성사됐다.
AI 인수합병 규모는 지난해 3분기 40억 달러(약 5조 7,600억 원) 수준을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그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공개된 거래들만 따져도 약 74억 달러(약 10조 6,800억 원) 규모의 자금이 AI 기업 인수에 투입됐다. 이는 전년 동기 3억 7,700만 달러(약 5,400억 원) 대비 1,750% 증가한 수치다.
테크 기업 인수합병을 중개하는 한 은행가는 최근 인터뷰에서 "올해 M&A 시장 회복에 대한 예측이 조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점진적인 증가가 기대되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현금이 급격히 풀리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AI 분야는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인수 목표 선정이나 특정 AI 기술에 대한 확신을 얻는 것이 더욱 어려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최근 흐름을 보면, 일부 기업들은 신속한 결정을 내리고 과감한 인수 전략을 실행하고 있어 AI 스타트업 M&A 시장이 더욱 뜨거워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