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 및 결제 플랫폼을 운영하는 백트(Bakkt)가 주요 전략 변경을 단행했다. 신탁 커스터디 사업을 철수하고, 새로운 공동 CEO를 임명하며, 암호화폐 인프라 기업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한 것이다.
백트는 17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웹불(Webull)이 자사와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직후, 19일 열린 실적 발표에서 대대적인 사업 구조 재편을 공개했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신탁 커스터디 사업을 완전히 종료하고, 암호화폐 거래 및 유동성 제공, 그리고 규제 승인 이후 결제 솔루션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구조 조정의 일환으로, 백트는 아크샤이 나헤타(Akshay Naheta)를 공동 CEO로 임명하며 디지털 자산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나헤타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네트워크인 디스트리뷰티드 테크놀로지 리서치(DTR)의 창립자로, 백트의 새로운 전략 방향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앤디 메인(Andy Main) 백트 CEO는 "우리는 순수 암호화폐 생태계 사업자로 거듭날 것"이라며, "DTR과의 파트너십 및 나헤타의 합류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결제 네트워크에서 우리의 역량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트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시장 반응은 조용했다. 실적 발표 이후 백트 주가는 약 9달러 선에서 크게 변동하지 않았으며, 발표 당일 질의응답 세션은 진행되지 않았다.
백트가 대규모 변화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기존 사업 모델의 한계가 있다. 한때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목표로 했던 백트는 로열티 프로그램과 소비자 중심의 암호화폐 서비스를 전개했으나, 현재는 기관 중심의 암호화폐 거래 및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신탁 커스터디 사업 철수와 함께 백트는 인터컨티넨털 익스체인지(ICE)와의 거래를 통해 관련 사업을 정리할 계획이다. 또한, 로열티 사업 부문에 대해서도 매각 또는 중단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는 백트가 여행 마일리지 및 기프트카드 전환과 같은 소비자 대상 비즈니스보다 디지털 자산 거래 및 기관급 솔루션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적 면에서도 백트는 뚜렷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4년 4분기 총 매출은 17억 9,700만 달러(약 2조 6,230억 원)로 전년 대비 737.9% 증가했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의 강세와 자산 가격 상승에 힘입은 결과다. 그러나 순손실은 4,040만 달러(약 590억 원)로 여전히 적자를 기록했으며, 조정 EBITDA 손실이 6,400만 달러(약 935억 원)로 축소된 점은 구조 조정 효과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백트는 여전히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웹불과의 계약 종료로 인해 수익원의 74%를 차지하던 주요 파트너를 잃은 만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또한 규제 리스크, 유동성 문제, 보안 이슈 등 불안 요인이 남아 있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백트는 2025년 1분기 매출을 10억 3,000만~12억 8,000만 달러(약 1조 5,050억~1조 8,690억 원)로 전망하며, 기관 중심 암호화폐 인프라 구축에 집중할 방침이다. 과연 이번 전략 전환이 백트의 생존을 넘어 장기적 성장을 보장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