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는 발행기관의 신뢰성에 의존합니다. 이중사용이 불가능하고 위폐방지 기술이 잘 돼 있지만 꼬리표가 없어 돈세탁에 잘 이용되죠.” 18일 열린 블록체인 육성 정책 토론회에서 김광조 카이스트 교수가 입을 뗐다. 김광조 교수는 80년대부터 암호화기술을 연구한 선구자로서 비트코인 프로토콜이 생겨난 배경을 설명했다.
비트코인 기술은 하루아침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화폐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전자화폐가 도입됐지만 은닉서명을 악용해 돈세탁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그러다 비트코인이 중앙에서 하는 발권 기능을 모든 사람이 같이 하는 방식으로 제안하게 된 것이다. 비트코인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턴 곡선과 해시 함수 등 예전부터 존재했던 암호 핵심기술을 알아야 한다고 김광조 교수는 강조했다.
해시 함수는 임의의 입력 메시지를 고정된 출력값으로 압축하고 데이터의 무결성 검증에 사용하는 함수이다. 이를 활용해 데이터의 진정성을 확보하면서 체인식으로 연결되어 블록체인이라 불리게 된 것이다. 김광조 교수는 “이 기술을 근간으로 암호화폐 기술이 탄생하고 스마트 계약 기능이 개발된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광풍 이후 다양한 블록체인 종사자가 생겨났지만 기술적 관점에서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는 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토론회에 참석한 서영일 KT블록체인센터장도 이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블록체인 전문가를 뽑는 면접을 보는데 정작 전문인력은 거의 없었다”며 산업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학 때부터 수학, 물리, 응용과학, 전산을 아우르는 전문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울 필요가 있다는 김광조 교수의 언급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김용대 카이스트 교수도 주제 발표에서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중요한 것은 애플리케이션이 아닌 원천기술 프로토콜이라며 기존의 웹 생태계와 상반된 점을 강조했다. 웹의 경우 TCP, HTTP 등 프로토콜보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애플리케이션의 시장 점유율이 훨씬 크다. 그에 비해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프로토콜의 가치가 97%를 차지하고 있다. 원천기술을 개발할 인재를 키울 교육이 절실한 셈이다.
주제 발표 결론부에서 김용대 교수는 “학계의 원천기술이 산업체의 응용기술로 연결되어야 한다”며 블록체인 인재 양성 방안을 제시했다.
신예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