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 기업에 대한 은행 서비스 제한이 미국에서 완화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추진해 온 주요 정책 중 하나로, 디지털 자산 산업을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하는 관행을 철회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최근 미 상원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주요 금융 규제 기관 중 하나인 통화감독청(OCC)이 은행들이 디지털 자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존 입장을 변경하면서 이러한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직접 나서서 “디지털 자산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은행 서비스 차단이 부당하다”고 언급하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 2023년, 연준(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OCC 등 금융 규제 기관은 공동 성명을 통해 디지털 자산 기업과의 거래가 은행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여러 주요 암호화폐 친화적 은행들이 도산하고, 관련 기업들은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에서 배제되었다. 일부 암호화폐 지지자들은 이를 ‘오퍼레이션 초크포인트 2.0’이라고 지칭하며, 민주당 주도의 전략적 규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이러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지난 3월 6일,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 팀 스콧(Tim Scott)이 금융 규제 기관이 ‘평판 위험’을 이유로 금융 기관의 디지털 자산 기업 지원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스콧 의원은 “이 법안은 특정 기업이 정치적 이유로 금융 서비스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루 뒤 OCC는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디지털 자산 기업들의 금융 서비스 이용을 허용하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금융 기관들은 별도의 규제 당국 승인 없이 암호화폐 수탁, 스테이블코인 관련 서비스, 블록체인 네트워크 운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날 열린 디지털 자산 정상회의에서 “이전 행정부가 은행들을 압박해 암호화폐 기업의 계좌를 폐쇄하고, 자금 흐름을 차단했다”면서 이를 강력히 비판했다. 새로운 행정부가 이러한 정책을 철회하고 암호화폐 산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하고 있음을 확고히 밝혔다.
한편, 과거 디지털 자산 규제 강화를 주도했던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전 SEC 위원장의 정책도 일부 수정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접근 방식이 변화하면서, 대형 금융 기관들이 다시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