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기업 스코플리(Scopely)가 포켓몬 고(Pokémon Go) 개발사 나이언틱(Niantic)의 게임 사업 부문을 35억 달러(약 5조 400억 원)에 인수한다고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번 거래는 최근 몇 년간 민간 벤처 캐피털이 투자한 게임 개발사 중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M&A)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나이언틱의 게임 개발 팀은 스코플리 산하로 편입되며, 포켓몬 고를 비롯해 피크민 블룸(Pikmin Bloom), 몬스터 헌터 나우(Monster Hunter Now) 등 주요 게임들이 스코플리의 소유로 넘어간다. 스코플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운영하는 사비 게임즈 그룹(Savvy Games Group)이 2023년에 49억 달러(약 7조 500억 원)에 인수한 업체로, ‘모노폴리 고’(Monopoly Go) 등 인기 게임을 보유하고 있다.
한때 유망한 증강현실(AR) 게임 개발사로 주목받았던 나이언틱은 구글의 사내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2015년 독립했다. 이후 2021년까지 최소 7억 7,000만 달러(약 1조 1,000억 원)를 조달하며 코튜(Coatue), IVP, 스파크 캐피털(Spark Capital)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스코플리에 따르면 나이언틱의 게임 사업 부문은 2024년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3,000만 명을 기록했으며, 연 매출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를 초과했다. 특히 포켓몬 고는 2024년 한 해 동안 1억 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여전히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나이언틱은 이번 매각 후 기술 플랫폼 부문을 분사해 ‘나이언틱 스페이셜(Niantic Spatial)’이라는 새로운 독립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창업자이자 CEO인 존 행키(John Hanke)는 새로운 회사를 이끌며,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 기술을 결합해 “화면을 넘어 현실 세계로 확장되는 AI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번 인수는 게임 산업 전반이 투자 부진과 감원 압박을 겪는 가운데 성사됐다. 2024년 게임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 캐피털 투자 규모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대규모 게임 스튜디오들의 구조조정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게임 소비는 여전히 활발해, 특히 젊은 게이머층의 플레이 타임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