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순자산이 올해 들어 1,560억 달러(약 227조 6,000억 원) 증발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머스크의 재산은 최고 4,860억 달러(약 709조 6,000억 원)에서 3,300억 달러(약 481조 8,000억 원)로 급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세계 최고 부호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2위인 제프 베이조스(2,220억 달러, 약 324조 1,200억 원)와의 격차는 여전하다.
머스크 재산 감소의 주요 원인은 테슬라(TSLA) 주가 하락이다. 올해 초 대비 36% 가까이 하락한 테슬라 주가는 판매 둔화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고전하고 있다. 현재 머스크 재산의 약 60%가 테슬라 주식과 스톡옵션으로 구성되어 있어, 회사의 실적 부진이 그의 순자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테슬라는 2024년 말 주당 420달러까지 상승했던 주가가 최근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 테슬라의 판매량이 특히 부진한데, 지난달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 각각 42%, 48% 감소했다. 독일 시장에서는 무려 76%나 판매량이 줄어들었고, 호주 역시 72% 하락을 기록했다. 미국 내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에서도 테슬라 차량 신규 등록이 1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테슬라의 브랜드 가치 저하가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 간 긴밀한 관계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신임 행정부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으나, 이러한 행보가 일부 고객층의 이탈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정치적 발언이 테슬라의 판매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분위기가 테슬라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웨드부시 증권의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의 유대가 테슬라 브랜드에 대한 우려를 초래했지만, 실제 판매에 미치는 영향은 글로벌 판매량의 5% 미만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자율주행차 규제 정책을 추진하면서 테슬라가 오히려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테슬라는 올해 안으로 최소 두 개 주에서 자율주행 기능을 활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완전 자율주행 택시인 ‘사이버캡(Cybercab)’의 대량 생산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러한 전략이 성공적으로 실행될 경우 머스크의 순자산 역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