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벤처 자금 조달 규모가 2월 한 달 동안 190억 달러(약 27조 3,600억 원)를 기록하며 지난 1년간 가장 저조한 투자 실적을 보였다. 크런치베이스 데이터에 따르면, 인공지능(AI)과 헬스케어가 주요 투자 분야로 자리 잡았으며, 특히 하드웨어 및 제조업 분야가 점차 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전체 글로벌 벤처 투자 중 10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 이상을 유치하며, 전체 투자 금액의 54%를 차지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시장 변동 속에서도 여전히 미국이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월간 투자 감소는 2021년 말 시장 조정 이후 전례 없는 일은 아니다. 지난해 8월에도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규모가 200억 달러(약 28조 8,000억 원) 이하로 떨어진 바 있으며, 2023년 2월, 7월, 12월에도 유사한 투자 위축이 발생했다. 다만, 2025년 증시 회복에 대한 전망이 미국의 새로운 관세 정책 여파로 불확실성을 더하며 기술주에 대한 투자 심리까지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우려된다.
AI는 2월 벤처캐피털(VC) 투자를 주도하며 총 57억 달러(약 8조 2,100억 원), 전체 투자액 중 30%를 차지했다. 헬스케어 및 바이오테크 분야 역시 22%의 점유율을 보였고,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18%의 투자를 확보하면서 데이터 센터 및 로봇 기술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졌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는 국방, 항공우주 및 신소재 스타트업들이 주목을 받으며 전체 투자액의 15%를 차지했다.
이달 가장 큰 투자 유치 기록을 세운 기업은 국방용 무인 수상 차량을 개발하는 사로닉(Saronic)으로, 6억 달러(약 8,640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또한 엔드포인트 관리 플랫폼 닌자원(NinjaOne)이 5억 달러(약 7,200억 원), GPU 기반 인공지능 학습 및 추론을 위한 람다(Lambda)가 4억 8,000만 달러(약 6,912억 원)를 유치했다. 이 밖에도 신약 개발 기업 아이콘 테라퓨틱스(Eikon Therapeutics)가 3억 5,100만 달러(약 5,054억 원),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사 앱트로닉(Apptronik)이 3억 5,000만 달러(약 5,040억 원)를 각각 조달했다.
한편, 대규모 투자는 여전히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벤처 투자 총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97억 달러(약 13조 9,680억 원)가 후기 단계 스타트업에 집중됐으며, 70억 달러(약 10조 800억 원)가 초기 단계 투자, 23억 달러(약 3조 3,120억 원)가 시드 라운드 투자로 흘러갔다.
특히,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 이상의 평가를 받은 기업 수는 총 21개로, 1월의 23개, 2024년 2월의 17개와 비교했을 때 감소폭이 크지 않았다. 이는 벤처 투자 규모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성장이 기대되는 스타트업에 대한 대형 투자자는 여전히 활발히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