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적의 알렉산드르 비닉이 미국과 러시아 간 포로 교환을 통해 석방됐다. 그는 BTC-e 거래소를 운영하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 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인물이다.
비닉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BTC-e를 운영하며 약 90억 달러(약 13조 5000억 원) 이상의 암호화폐 거래를 처리했으며, 이 과정에서 랜섬웨어 공격, 마약 밀매, 신원 도용 등과 연계된 불법 자금 세탁이 이루어진 것으로 미국 법무부는 판단했다. 당시 BTC-e는 ‘고객신원확인(KYC)’과 ‘자금세탁방지(AML)’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사이버 범죄자들에게 매력적인 도구로 작용했다.
비닉은 2017년 그리스에서 체포된 후 프랑스로 송환돼 5년형을 선고받았고, 이후 다시 미국으로 인도됐다. 2024년 5월 그는 자금 세탁 공모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으며, 최대 2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검찰은 비닉이 약 1억 2000만 달러(약 1740억 원)의 불법 자금 세탁을 도왔으며, BTC-e를 "주요 사이버 범죄 조직이 활용한 자금 세탁 거래소"로 규정했다. 또한 미국 정부는 거래소에 1억 2000만 달러(약 1740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고, 비닉 개인에게도 1200만 달러(약 174억 원)의 벌금이 내려졌다.
이번 송환 과정은 미국, 프랑스, 러시아 사이에서 오랜 기간 논쟁이 지속돼온 사안이었다. 러시아는 비닉이 저지른 사기 범죄 총액이 1만 1000달러(약 1600만 원)에 불과하다며 송환을 요구했지만, 미국과 프랑스는 그보다 훨씬 중대한 금융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고 있었다. 지난해에도 비닉의 변호인단은 미국-러시아 간 협상을 통해 그의 석방을 추진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비닉의 풀려남과 맞바꿔 러시아는 미국 국적의 교사 마크 포겔을 석방했다. 그는 마약 관련 혐의로 러시아에 수감되어 있었고, 이번 교환을 통해 귀국이 허용됐다. 이 과정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긴장된 국제 정세 속에서 이루어졌으며, 미국과 러시아 간 드문 협력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석방 결정에 따라 비닉은 거액의 자산을 몰수당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앞으로도 암호화폐를 이용한 불법 금융 범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