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안 처리가 시급해짐에 따라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특금법 개정안은 앞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채택한 '암호화폐 규제가이드라인 권고안'의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거래사이트 신고제 도입, 자금세탁방지 의무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암호화폐 사업자들은 거래소 개설 시 반드시 당국에 신고해야 하고, 감독당국에 암호화폐 송금인·수취인 정보도 제공해야 한다. 또 거래소가 신고하지 않고 영업하거나 허위 정보를 기재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FATF는 관련 내용을 늦어도 내년 6월까지 이행하도록 권고한 상태다. 내년 열리는 FATF 총회에서는 각국 금융감독기관이 규제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지 회원국 상호 평가도 이뤄진다. 이에 따라 특금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특금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의 김병욱·제윤경·전재수 의원과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이 발의한 총 4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금융당국은 올해를 넘기면 FATF가 제시한 기한 전에 규제 이행을 위한 법제화가 어렵다고 보고, 11월 법안소위 상정을 목표로 특금법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만약 연내 통과가 안 될 경우, 내년 임시 국회를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내년에는 여·야가 모두 본격적인 총선국면에 접어들어 국회가 열릴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결국 총선이 끝나 국회가 열리려면 내년 7월이나 되어야 하는데, 이 경우 FATF 권고 이행 시한을 넘기게 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국정감사가 끝나는 10월 16일부터 본회의가 열리는 12월 9일 사이에 특금법을 테이블에 올릴 계획이다. 또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을 상대로 자금세탁방지 규제 관련 법제화의 시급성을 설명하고 법안 처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암호화폐 거래소 인가제 등 해당 사안에 대해 조속한 법안 처리를 촉구한 바 있다.
은 후보자는 국회 정무위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국제적으로 합의된 규율체계에 맞춰 투명한 암호화폐 거래를 위해 거래사이트를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하면 암호화폐 관련 규제의 국제정합성 제고를 위해 국회의 특금법 개정논의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또한 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국제적 자금세탁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FATF의 권고안 내용을 반영한 특금법 통과가 시급하다”면서 “의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는 환영 속 동상이몽(同床異夢)
이러한 움직임에 업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금법 개정안 논의를 통해 암호화폐 시장이 제도권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은 양성하되, 암호화폐는 엄격히 규제하겠다'는 방침 아래,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다만 특금법 개정안을 두고 이른바 '빅4' 거래소와 중소 거래소 사이에 온도차가 있는 상황이다. 특금법의 주요 내용인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해 은행들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에만 실명계좌를 발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거래소는 일명 '벌집계좌'로 불리는 법인계좌를 거래에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특금법과 관련해 실명계좌 발급기준을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중소 거래소는 존폐 위기가 찾아올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대형 거래소든, 중소 거래소든 관계없이 무법지대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특금법이 개정된 후에도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하면 해당 거래소의 암호화폐 거래는 불법이 되기 때문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특금법 관련 가이드라인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조심스럽다"면서 "암호화폐 법제화를 위해서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거래소가 요건에 부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