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화 거래소 상장 'ERC-20 토큰' 54%, '펌프 앤 덤프' 가능성

탈중앙화 거래소에 상장된 'ERC-20 토큰' 중 54%에서 '펌프 앤 덤프' 패턴이 확인됐다고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가 2일 밝혔다. 분석업체는 온체인 데이터를 통한 '펌프 앤 덤프' 패턴 식별 방법론을 개발하고 탈중앙 금융(DeFi)과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펌프 앤 덤프는 일반적으로 개인 혹은 집단이 특정 토큰에 투자하고 해당 토큰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가격 상승을 유도한 후(펌프) 상당한 이익을 남기고 보유 토큰을 다른 투자자에게 넘기는(덤프) 수법을 말한다. 토큰 가격이 폭락하는 경우가 많아 알지 못한 채 참여한 토큰 투자자는 피해를 입게 된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37만개가 넘는 토큰이 이더리움에서 출시됐으며 이중 약 16만8600개는 한 곳 이상의 탈중앙화 거래소(DEX)에서 거래 가능했다. 월별 토큰 출시 수는 2022년 중반부터 증가세에 있으며 최근에는 월 5만개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다.

토큰 생성이 인기가 많아지면서 시장은 포화 상태가 됐고 신규 출시 토큰이 성공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출시된 토큰 중 14.1% 미만이 출시 다음 달에 300달러 이상의 DEX 유동성을 확보했다. 2023년 출시된 토큰 중에서는 5.7%만이 해당 기준을 충족했다.

유동성은 지난 2년보다 증가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출시된 토큰은 대부분 이더리움(ETH), 랩드 이더리움(wETH), 유에스디코인(USDC), 테더(USDT), 랩드 비트코인(wBTC) 등 유동성 자산과 거래할 경우 가격에 큰 영향이 있음을 시사한다.

체이널리시스는 이로 인해 일부 토큰에 대한 펌프 앤 덤프가 시도될 수 있다면서 수법의 진행 방식을 자세히 설명했다.

• 펌프 앤 덤프 행위자가 신규 토큰을 출시하거나 거래량이 적은 기존 토큰을 대량 구매
• 소셜 미디어, 디스코드, 텔레그램 같은 온라인 채팅방을 통해 '빨리 부자가 될 기회'로 토큰을 과대포장지속적인 마케팅으로 사용자의 관심을 끌고 투자 유도
• 거래 활동을 위조하기 위한 의도로 동일한 자산을 동시에 매수하고 매도하는 자전거래(wash trading) 시도
• 토큰이 원하는 가격에 도달하면 보유 토큰 청산
• 매도 압력 증가와 토큰 가격 급락으로 많은 투자자 손해 발생
• 행위자가 토큰 생성자인 경우 토큰 프로젝트를 완전히 포기하고 사용자 자금을 가져가는 '러그풀(rug pull)' 감행

분석업체는 "관련 패턴의 대부분 요소는 온체인 데이터에서 식별할 수 있다"면서 자체 툴을 활용해 다음 펌프 앤 덤프 조건 3가지에 부합하는 ERC-20 토큰들을 식별했다. 조건은 ▲토큰 최대 보유자와 온체인 연결이 없는 탈중앙화 거래소 사용자가 5회 이상 해당 토큰을 구매한 경우 ▲단일 주소가 토큰의 탈중앙화 거래소 유동성 풀에서 70% 이상을 인출한 경우 ▲토큰의 유동성 자산이 300달러 이하인 경우이다.

체이널리시스 분석 결과 약 9만408개의 토큰이 펌프 앤 덤프 조건 3가지를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기간 동안 이더리움에서 출시된 모든 토큰의 24.4%, DEX에 상장된 토큰 53.6%에 해당한다. 월별 토큰 수는 2023년 중반 이후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2022년 대비 높은 수준이다. 다만 작년 기준 해당 조건을 충족한 토큰 거래량은 이더리움 DEX 총 거래량의 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업체는 "해당 조건을 충족한 토큰이 모두 펌프 앤 덤프 대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 "다만 운영자나 규제 당국이 온체인 거래 데이터를 활용해 불법 활동을 암시하고 추가 조사가 필요한 패턴을 식별하고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체이널리시스는 작년 관련 펌프 앤 덤프 행위자의 추정 수익을 총 2억4160만 달러(약 3229억원)로 추산했다. 다만 개별 토큰 평균 수익은 2672달러(약 357만원)에 불과하며 작년 전체 이더리움 탈중앙화 거래소 거래량의 1.3%에 불과하다면서 "잠재적으로 펌프 앤 덤프 가능한 토큰을 수만 개 생성할 수 있지만 이 같은 토큰은 대부분은 수익성이 낮거나 거래가 많지 않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체이널리시스는 2023년 일부 행위자들이 펌프 앤 덤프 대상이 될 수 있는 토큰을 여러 개 출시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동일한 패턴으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기간 동안 펌프 앤 덤프 대상 조건 3가지를 충족한 토큰을 가장 많이 출시한 주소는 총 81 개의 토큰을 출시해 약 83만 달러(약 11 억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총 81개의 토큰을 출시한 2023년 최다 토큰 생성자는 토큰 A 출시와 탈중앙화 거래소 상장을 통해 약 4만6000달러(약 6000만원)를 벌었다.

체이널리시스 스토리라인(Storyline)을 통해 해당 주소 운영자가 펌프 앤 덤프 활동을 실행한 방법도 살펴봤다.

분석업체는 "주소 운영자는 2023년 8월 5일 랩드 이더리움과 토큰 A를 유동성 풀로 보내고, 8건의 거래를 통해 이더리움과 랩드 이더리움을 사용한 자전거래를 실시했으며 8월 6일 유동성 자산 중 일부를 인출해 이익을 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8월 9일에 모든 랩드 이더리움과 토큰A를 팔아 유동성을 제거해 남은 투자자들은 자신의 토큰을 판매할 수 없게 했다"면서 "펌프 앤 덤프뿐 아니라 러그풀 가능성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같은 활동으로 토큰 A에 투자한 108명의 투자자가 약 5만5000달러(약 7317만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체이널리시스는 "펌프 앤 덤프와 같은 시장 조작은 다른 금융 시장과 마찬가지로 해를 끼치지만 가상자산의 고유한 투명성은 더 안전한 시장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 시장 운영자와 정부 기관은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기존 시장에서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의심스러운 활동을 발견하고 우선순위에 기반을 둔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