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 수준을 하회하는 5.0%를 기록하며 확실한 물가 둔화세를 나타냈다.
CPI는 미국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 변동 추이를 측정한 지수로, 미 연준이 통화 정책을 결정할 때 참고하는 핵심 물가지표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은 3월 CPI가 전년 대비 5.0%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2021년 5월 이후 22개월 만에 최소 상승폭이다.
2월 전년 대비 기록인 6.0%보다 1.0%p 내리며 크게 둔화했다. 시장 전망치 5.1%보다도 0.1%p 낮았다.
전년 대비 CPI는 지난해 6월 9.1% 정점을 찍은 이후 올해 1월(6.4%), 2월(6.0%),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월 대비 CPI는 0.1% 상승을 기록했다. 2월 0.4%에서 0.3%p 하락했고, 시장 전망치 0.2%보다도 낮은 수준을 보였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5.6%를 기록했다. 2월 5.5%보다 0.1%p 올랐지만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다.
전월 대비 근원 CPI는 0.4% 상승 집계됐다. 2월 0.5%보다 0.1%p 내리며 시장 전망치와 일치했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식료품 물가는 전년 대비 기록은 8.5%로, 2월 9.5%에서 둔화했다.
에너지 물가는 전년 대비 6.4% 하락하면서 근원 CPI가 헤드라인 CPI를 추월하는 데 일조했다. 휘발유 물가는 전년 대비 17.4%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차 물가는 6.1%로 2월보다 높아졌고, 중고차 물가는 11.6% 내리며 하락세를 지속했다.
연준이 주목하고 있는 주거비는 전월 대비 0.6% 상승하며 11월 이후 가장 적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년 대비로는 8.1%에서 8.2%로 상승하며 음식, 에너지를 제외한 모든 품목 상승분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교통비는 2월 14.6%에서 13.9%로 내렸다.
CPI는 물가 둔화세를 확인시켜줬지만 시장 반응은 크지 않았다.
프리마켓에서 다우 지수 선물은 0.7%, S&P500 지수 선물은 0.9%, 나스닥 지수 선물은 1.2%로 상승 반응했다가 금세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CPI 확인 후 3만500 달러까지 급반등했던 비트코인도 다시 3만 달러를 웃도는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더리움 역시 1885달러에 거래되며 약보합세를 나타냈다.
◇ 금리 전망 변동 없어
LPL 파이낸셜 제프리 로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주거비를 제외한 CPI는 전년 대비 3.4%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가 둔화되면 소비자 물가는 더 하락할 것이고, 물가상승률은 연준 장기 목표치 2%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어 "5월 FOMC가 금리를 인상하는 마지막 회의가 될 것이라는 투자자 확신이 커지고 있다"면서 "시장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5월 FOMC 회의에서 연준이 베이비스텝(0.25%p)을 밟을 확률은 69%로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됐다.
지난달 은행 위기가 신용경색,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이는 변수가 된 만큼 긍정적인 물가 움직임에도 시장이 쉽게 반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은 내일 새벽 나올 FOMC 의사록을 통해 다시 한 번 통화 정책 방향을 가늠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