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와 블록체인을 결합시킨 새로운 플랫폼인 '무비블록'은 제작자와 시청자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서비스를 통해 상호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하지만 뚜렷한 성공모델이 없는 모양새다.
독립영화는 실험적인 주제와 짧은 분량 등의 한계로 제도권 영화계에 접목되기 쉽지 않은 구조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관람객들도 영화제 등 특별한 이벤트를 통하지 않고는 작품을 만날 기회가 전혀 없다.
무비블록은 블록체인 기반의 영화 플랫폼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한 판도라TV의 스핀오프 프로젝트로 출발했고, 법인은 싱가포르에 설립했다.
지난 2018년 상반기에 회사를 설립한 후 같은 해 11월에 백서를 마무리 짓고, 2019년 3월 온톨로지 기반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프로젝트는 제작, 배급, 상영으로 이루어지는 영화 생산과 유통을 탈중앙화하고 참여자들에게 역할과 기여에 따라 투명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무비블록은 지난해 6월 쟁글 및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에 제출한 유통량 계획과 실제 유통량이 다르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됐다.
토큰 락업 해제 일정에서 보고된 총 유통 물량보다 적은 수량이 유통됐으나 마케팅 물량은 초과 물량이 유통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무비블록은 유통량 계획 정보를 정정 제출하고 초과 유통된 마케팅 물량을 대한 바이백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통해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등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유의종목지정이 해제된 바 있다.
빗썸 관계자는 "무비블록 투자유의 종목 해제는 충분한 소명자료를 받았다"며 "자세한 내용은 공개할 수 없지만 계속 모니터링은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무비블록에 이러한 행보에 영화 단체들은 관심이 없는 모양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무비블록 관련해 4월 말쯤 논의 후 입장을 전달하겠다고만 밝혔으며, 한국독립영화협회 관계자는 문의 내용을 메일로 보내주면 답변 하겠고 밝힌 후 현재까지도 답이 없는 상태다.
◇ 무비블록 코인 가격 폭락...반등 가능할까?
지난해 무비블록은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됐어도 업비트에서 11.63%(0.57원) 오른 5.47원에 매매가를 형성하고 있었다.
무비블록은 업비트에서 지난해 7월 3.9원대에서 하루만에 5.8원까지 치솟았고, 이후 5원 밑에서 멤돌다 이날 다시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무비블록 코인은 업비트에서 지난 28일 15시 기준 3.99원 이었으며 전일기준 2.21% 하락했다. 같은 시간 기준 빗썸 2.42% 하락한 3.997원, 코인원 2.85% 하락한 4.023원으로 거래됐다.
익명을 요청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무비블록은 영화계와 관련이 깊은 가상화폐이다 보니 영화산업의 관련 호재 소식에 상승한다"며 "코로나19 이후 영화관 관객수도 줄어들고 있고 딱히 이슈가 없기 때문에 상승하지 않을것"이라고 전망했다.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무비블록을 통해 창작자와 시청자에게 코인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공식입장은 없다"며 "독립영화 활성화를 위해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거 같은데 원금손실은 투자자에게 있기 때문에 따져보고 투자하기를 바란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 국내 OTT 경쟁 치열...무비블록 콘텐츠 부족
무비블록 플랫폼을 살펴 보면, 인터페이스부터 심플하고 직관적이며 처음 이용하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게 메뉴들이 구성돼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콘텐츠 제공 플랫폼인 만큼 콘텐츠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용요금도 매우 비싼 편이다. 영화 한편당 무비블록 100코인이고 300코인부터 충전이 가능한데 2 달러(한화 약 2601원)이다.
무비블록은 영상을 올리는 것도 무료이고 가격 책정도 창작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OTT 서비스와 가격경쟁력에서 떨어진다.
창작자 위주의 플랫폼 이다 보니 콘텐츠 서비스와 관련된 부분은 일체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OTT는 레드오션 시장으로 넘어 가고 있고 글로벌 경제 리스크로 인해 앞으로 콘텐츠 투자비용은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향후 관건은 독립영화창작자 들이 높은 콘텐츠 투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본지는 무비블록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 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아 관련 입장에 대해 들을 수 없었다.
◇ 위기의 영화관 산업, 코로나19 이후 관객들 점점 줄어
OTT 과열경쟁 뿐만 아니라 영화관 산업이 점점 하락세로 가고 있는 것도 큰 문제이다. 영화진흥위원회 ‘2022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극장 수입은 1조160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86.4% 급증한 것이지만, 펜데믹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5분의 3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지난해 관객 수는 1억1281명으로 2019년에 비해 반토막 났다. 이에더해 비싼 영화관 티켓 값 때문에 관객들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영화관 3사의 티켓 값은 평일은 1만4000원, 주말은 1만5000원이다.
2019년에는 평일 1만원, 주말 1만1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년간 티켓 값이 무려 40% 오른 셈이다.
익명을 요청한 영화관 직원은 "요즘 관객수도 현저히 줄었고 최저임금 상승으로 채용을 못하고 있어서 업무가 과중됐다"며 "영화 산업은 너무 암흑기 인거 같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티켓 비용이 높은 것에 대한 문제의식은 당연히 알고 있다"며 "티켓가격은 업계가 자율로 정하는 거라 영진위는 강제 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격만 인하 한다고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영화계도 지금의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감안해서 중재기관으로써 영화계의 협조를 구하고 다시 활성화 하는데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