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리플(XRP) 운영사 리플랩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2년 넘게 진행된 소송전에 대해 "이 소송의 판결에 미국의 혁신과 산업이 걸려있다"고 강조했다.
리플랩스는 15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리플·TRM랩스 서밋 행사 미디어 브리핑에서 SEC와 진행 중인 소송 관련 입장을 밝히고 명확한 규제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 SEC 소송, 영향력 미미하지만 미국 혁신의 분기점 될 것
브룩스 엔트위슬(Brooks Entwistle) 리플랩스 아태·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총괄 겸 글로벌 고객 성공 부문 수석 부사장은 SEC이 곧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언제 판결이 나올지는 판사가 결정할 문제다"며 "아침에 눈을 뜨면 저희 상품과 서비스, 고객에 대해 먼저 생각한다"고 말했다.
브룩스 부사장은 소송 관련 질의응답을 하며 시종 의연한 태도를 유지했다. SEC와 진행 중인 소송의 무게를 낮추고 리플랩스가 판결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는 "SEC 소송의 판결은 미국에만 영향을 미칠 뿐이며, 우리 서비스의 90%이상은 미국 밖에 있어 판결로 인한 영향은 미미할 것이다"고 선을 그었다.
브룩스 부사장은 판결 자체의 의미를 폄하하지는 않았다. 그는 "이 소송은 리플 뿐만 아니라 미국의 혁신, 미국의 산업이 걸려있는 소송이다"며 "소송의 결과가 혁신을 미국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게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암호화폐 기업의 미국 탈출이 가속화 될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리플랩스가 꼽은 미국 탈출의 이유는 규제 명확성이다. SEC와 소송이 이어지는 동안 리플랩스는 미국의 규제가 명확히 확립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브룩스 부사장은 "싱가포르, 일본과 같이 규제가 명확한 국가들로 (암호화폐) 사업이 집중되고 있다"면서도 미국의 규제 기관을 암시하며 "단속하는 과정에서 규제를 설립하려는 행위는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 한국도 암호화폐 규제 마련하길...명확한 규제는 혁신의 밑거름
리플랩스는 한국 규제당국에도 명확한 규제 마련을 주문했다.
라훌 아드바니(Rahul Advani) 리플 아태지역 정책 총괄은 이날 미디어 브리핑에 참석해 "명확한 규제가 마련된다면 혁신적인 블록체인 시장에서 더 많은 효용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며 "한국에도 가상자산 관련 규제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드바니 총괄은 '명확한 규제'를 위해 토큰 분류체계 마련, 리스크 기반의 규제 프레임워크, 민·관 협력 의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또한 그는 한국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며 현재 추진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등의 움직임에 기대를 표했다.
아드바니 총괄은 "내년 정도가 되면 한국에도 암호화폐 분류체계는 마련될 것이다"며 "리스크 기반 규제에 관해서는 일본, 싱가포르 등 이미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다른 시장을 참고하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 규제 정착을 위해 민·관 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아드바니 총괄은 "민·관 협력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오늘 행사와 같은 자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리플랩스가 작년에도, 올해도 한국 정책 서밋을 열었고 내년에도 열 예정인 이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