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제시한 토큰 증권 발행 및 유통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바탕으로 가상자산의 증권성 평가 방법이 나왔다.
코빗 산하 코빗 리서치센터는 21일 발간한 가상자산 증권성 평가 방법‘ 보고서를 통해 자체 개발한 가상자산 증권성 평가 평가 지수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먼저, 이분법적 흑백논리 접근 방식보다는 스펙트럼 방식이 좀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상자산은 개별 자산에 따라 해당 자산 기반으로 성립되는 계약 관계와 제반 사정이 각기 다르다. 그래서 투자 계약 존재 여부를 일률적 기준으로만 판단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위 가이드라인에서도 증권성을 평가하면서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거나 낮은 경우로 표현하고 있다.
다음으로 증권성 판단 시 정형적 증권 특성과 비정형적 증권 특성을 모두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대부분 가상자산은 정형적 증권보다는 비정형적 증권의 특성이 많다. 그런데 법정화폐 담보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가상자산군은 전통 금융권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거나 설계 구조가 정형적 증권과 매우 비슷하다.
따라서 규정을 일부만 개정한다면 정형적 증권으로 볼 수도 있다. 따라서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평가할 때 투자계약증권 여부 외에 정형적 증권 해당 여부도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국내 자본시장법을 기반으로 자사가 제안한 증권성 평가 방법을 더해 ‘코빗 증권성 평가 지수(KSRI)’를 만들었다.
해당 지수는 개별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20부터 100까지 지수로 수치화해 각 가상자산의 증권성 정도를 상대적으로 쉽게 비교할 수 있다.
코빗 증권성 평가 지수는 정형적 증권과 비정형적 증권의 특성을 모두 고려하기 위해 2단계에 걸친 평가를 통해 점수가 매겨진다.
현행법상 명백하게 정형적 증권에 해당하는 가상자산은 존재하지 않지만 향후 법규 개정에 따라 정형적 증권으로 포섭될 가능성이 높은 가상자산은 존재한다고 봤다.
이에 첫 번째 단계인 정형적 증권성 평가에서 점수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정형적 증권의 가능성이 높다고 간주해 1단계의 점수를 곧바로 최종 점수로 사용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다음 단계인 투자계약증권 성격을 나타내는 비정형적 증권성까지 평가해 이를 최종 지수로 정한다.
이와 같은 2단계에 걸친 증권성 평가를 위한 질문과 점수 산출 시스템은 미국 암호화폐 등급위원회(CRC) 사례를 국내 실정에 맞게 수정해 적용했다.
CRC는 코인베이스, 서클, 크라켄 등 미국 주요 가상자산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형성한 공동 협의체다.
CRC의 증권성 평가 시스템은 미국 내 증권법 전문가들의 의견을 잘 수렴했을 뿐만 아니라 과거 미국 법원 판례에서 하위테스트(Howey Test)를 가상자산에 적용할 때 제기됐던 구체적 이슈들을 모아 36개의 증권성 평가 질문으로 정리된 것이 특징이다.
코빗 증권성 평가 지수를 적용해 코빗은 자사에서 거래 지원 이력이 있는 36개 가상자산에 대한 증권성 평가 점수 결과도 공개했다.
해당 36개 가상자산은 국내 5대 원화마켓 거래소 중 코빗에서만 거래되고 있는 33개 종목과 더불어 국내에서 비교적 익숙한 자산 3종인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유에스디코인(USDC)으로 정했다.
평가 결과 현재 국내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하는 수치인 100을 기록한 가상자산은 없었다. 유에스디코인(USDC)과 앰프(AMP)가 90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이더리움이 30점, 비트코인은 20점으로 가장 낮았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거래소가 가상자산 업계의 대표적 구성원인 만큼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도록 코빗 증권성 평가 지수를 고안하게 됐다“며 “이번 리포트를 계기로 가상자산의 증권성 논의에서 금융 당국과 업계 참여자들 간의 더욱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증권과 상품을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각각 관할하는 미국과 달리, 국내 자본시장법은 하나의 법규 내에서 증권과 상품을 모두 규제하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법에서 정의하는 증권은 증권과 상품을 묶은 ‘금융투자상품’이라는 더 큰 개념의 자산군에서 파생상품만을 제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