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가 붕괴한 지난달 중앙화 거래소(CEX)에서 기록적인 비트코인 순유출이 발생했다.
암호화폐 분석업체 '크립토컴페어'의 11월 보고서는 "CEX에서 사상 최대 수준인 9만1557 BTC가 순유출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CEX 안전에 대한 투자자 불안감이 커지면서 비트코인 유출이 잇따랐다"고 설명했다.
크립토컴페어는 "'키(key)를 직접 소유하지 않았다면 실제 코인을 소유한 것이 아니다(not your keys, not your coins)'라는 개념이 시장에 확산하고 있다"면서, 거래소에 의존하지 않는 추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11일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11월 한 달 동안 바이낸스, 크라켄, 코인베이스 등 CEX에서 평균 1만6400달러에 9만1363 BTC, 약 15억 달러(한화 약 1조9570억원)가 인출됐다고 보도했다.
10월에도 셀시우스, 보이저 등 주요 암호화폐 대부업체들이 파산한 이후 시장 위기감이 계속되면서 CEX에서 7만5294 BTC의 물량이 유출된 바 있다.
12월 첫주에도 CEX에서 4545 BTC의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3846 BTC의 순유입을 보인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FTX 파산은 한동안 경쟁 거래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말 미국 상장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채권 등급 강등을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무디스는 "수익을 결정하는 두 가지 핵심 요인인 '거래량'과 '고객 참여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암호화폐 가격 하락은 기업의 자금 조달 역량을 제한하고 고객 수요를 억제시킬 것"이며 "중앙화 금융 기업의 신용 품질을 악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릭 로버트슨 스탠다드차타드 글로벌 연구 수석은 "비트코인 매도세는 둔화되고 있지만 피해는 이미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암호화폐 투자자 고통은 내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면서 "더 많은 암호화폐 기업과 거래소가 유동성 위기를 겪을 것이고, 파산과 투자자 신뢰 붕괴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