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붕괴로 암호화폐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은 지난 2분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최악의 분기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재정청(FCA) 승인을 받은 디지털 자산 분석업체 크립토컴페어는 ‘2022년 3분기 전망 : 겨울이 온다’라는 제목의 연구 보고서를 발간하는 가운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비트코인 수익률은 -56.3%로, 사상 두 번째로 낮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이더리움은 같은 기간 67.4% 하락했다.
이같은 부진한 실적의 배경으로 시장 상황 악화와 업계 내 유동성 및 신용 경색, 금융시장 전반에 걸친 위험자산 재평가 3가지를 꼽았다.
올해 6월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9.1%에 달하는 등 거시경제 상황은 암호화폐 시장에 상당한 하방 압력을 가했다. 여기에 테라USD(UST)와 관련 생태계 붕괴와 쓰리애로우캐피털(3AC) 및 다수의 중앙집중형 예치·대출 플랫폼 위기까지 겹치면서 암호화폐 약세장의 도화선이 됐다.
크립토컴페어는 “2022년 2분기 암호화폐 약세장이 시작됐다”면서 “2018년 암호화폐 거품 붕괴 이후 첫 장기 약세장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트코인, 성장주 대비 선방
한편, 크립토컴페어는 암호화폐뿐 아니라 주식 같은 모든 위험 자산이 부정적인 수익률 조정을 겪을 만큼 거시경제 상황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비트코인과 기타 성장주 수익 비교 / 출처 크립토컴페어 보고서
크립토컴페어는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의 변동성은 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비트코인을 다른 자산과 동일 선상에서 평가하면, 전통 자산 역시 극도로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가지수인 S&P500 60%와 미국 총채권지수 40%로 구성돼 전통적으로 가장 안전하다고 알려진 투자 전략 ‘60/40’ 포트폴리오도 -16.1%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1976년 등장 이래 최악의 실적을 냈다는 점을 짚었다.
크립토컴페어는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이 팬데믹과 전쟁에 따른 지속적인 공급망 문제와 관련된 만큼 약세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한편, 크립토컴페어는 "지난 분기 상품과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인플레이션이 이미 최고조에 달했고, 거시경제 상황이 바닥을 쳤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 '통화당국이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나서야 할 시기'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며, 당국이 경제 지탱을 위해 개입할 경우, 중기적으로 암호화폐를 비롯한 기타 위험자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또 다른 긍정적인 지표로 벤처 투자금의 드라이 파우더 비율을 지목했다. 드라이 파우더는 모금된 투자금 중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자금을 말한다. 프리친(Preqin)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드라이 파우더 규모는 4790억 달러 상당이다. 크립토컴페어는 "이 중 일부가 암호화폐 시장에 배치되면 다음 혁신 흐름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