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DOGE, IRS 데이터 장악 나서나…'메가 API'로 정부 정보 연결

엘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 효율성 부서 ‘DOGE(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가 미국 국세청(IRS)의 데이터를 통합·연결하는 API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 해커톤 형태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IRS 내부 데이터를 단일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통합해 정부 부처 간 데이터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술 전문 매체 와이어드(Wired)에 따르면 DOGE는 IRS의 분산된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추출해 통합 처리하는 ‘메가 API’를 불과 30일 안에 구축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워싱턴 D.C.에서 IRS 엔지니어 수십 명과 외부 개발자들을 초청, 공동 개발 행사를 열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정보 분석 전문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Palantir Technologies Inc.)도 참여해 개발을 지원한다. 팔란티어는 피터 틸이 공동 창업한 기업으로, 엘론 머스크와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프로젝트 실무를 이끄는 인물들은 헬스케어 기술 기업인 레벨 헬스의 창업자 샘 코르코스(Sam Corcos)와 전 UC 버클리 출신으로 데이터브릭스 근무 경력을 가진 25세 개발자 개빈 클리거(Gavin Kliger)다. 두 사람은 각각 재무부 장관 스콧 베센트와 미국 인사관리처(OPM) 특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 IRS 데이터 접근 권한을 직접 조정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코르코스는 클리거의 데이터 접근 제한 조치를 철회하도록 직접 지시하고, IRS 데이터를 다른 정부 기관과 공유하는 협약을 제안한 바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정치권의 경고를 불러왔다. 론 와이든 상원의원은 지난 3월 IRS와 국토안보부 등에 보낸 서한에서 해당 조치가 서민의 개인정보를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IRS의 ‘정당한 거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이 이 데이터를 활용해 이민자 단속에 나서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며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DOGE는 이번 API가 국세청의 주전산기부터 시작해 수십 개 온프레미스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시스템에 이르는 IRS 전체 시스템으로 확장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API가 완성되면 납세자의 이름, 주소, 사회보장번호(SSN)는 물론 소득과 세금 신고 내역까지 실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정부 간 연계성 측면에서는 새로운 지평을 개척할 것으로 보이지만, 개인정보 보호와 과도한 권한 집중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또한 IRS 내부 일각에서는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 한 IRS 엔지니어는 와이어드에 "해당 데이터의 스키마를 정리하는 데만 수년이 소요될 수 있다"며, 정부나 세금 관련 업무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이끄는 프로젝트의 안정성을 지적했다.

DOGE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FTC, 사회보장국, 이민서비스국 등 다양한 정부기관 시스템에도 침투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어, 이번 해커톤 역시 단순한 기술적 과제를 넘어, 정보 권력의 판도를 흔드는 가시적 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