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공지능(AI) 대중국 외교가 반도체를 넘어 희토류·에너지·데이터센터 인프라를 묶는 공급망 재편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가운데 국내와 인도도 참여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제이컵 헬버그(Jacob Helberg) 미국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은 이 정책 구상인 팍스 실리카(Pax Silica)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 상원은 2025년 10월 7일 인준안을 찬성 51표, 반대 47표, 불참 2표로 통과시켰다.
미국 국무부는 2026년 6월 25~26일 워싱턴에서 열린 팍스 실리카 정상회의에서 신뢰할 수 있는 AI 공급망 강화와 핵심 광물·에너지·반도체·컴퓨팅 인프라 협력 확대를 구상의 목표로 제시했다.
팍스 실리카의 핵심은 중국을 단순히 배제하는 데 있지 않다. 미국과 동맹국이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도록 기술·광물·제조 역량을 연결한 공급망을 공동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은 일본, 국내,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호주 등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인도는 2026년 2월 팍스 실리카에 합류했으며, AP통신은 인도의 참여가 반도체 설계·생산·연구와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려는 구상의 일부라고 전했다.
공급망 재편의 배경에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있다. 중국 상무부는 2025년 4월 사마륨·가돌리늄·터븀·디스프로슘·루테튬·스칸듐·이트륨 관련 품목 등 7개 희토류 범주에 수출 통제를 적용했다.
제이컵 헬버그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터뷰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일본과 유럽 국가에 공급 불균형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다만 공급 차질의 범위와 장기적 영향은 국가와 품목에 따라 달라 일괄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희토류는 반도체와 전기차, 방산 장비 등에 쓰이는 핵심 광물이다. 따라서 희토류 확보는 생산기지뿐 아니라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같은 첨단산업 인프라의 안정적인 운영과도 연결된다.
헬버그의 경력도 정책 방향과 맞닿아 있다. 그는 국무부 합류 전 팔란티어(Palantir) 고문을 지냈고, 2022~2024년 미국·중국 경제안보검토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과거 구글에서도 근무했다.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는 2026년 6월 팍스 실리카 정상회의에서 ‘AI 스택 수출’ 패널을 열었다. DFC는 AI 공급망 구축에 민간자본과 보조금, 동맹국 간 부담 분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에도 팍스 실리카와 연결되는 접점이 있다. 6월 워싱턴 정상회의에는 국내가 참여국으로 포함됐고, 헬버그는 국내의 반도체 생산과 엔지니어링 역량을 높게 평가했다.
앞서 국내 기업과 미국 대학이 참여하는 첨단 제조 교육 과정도 팍스 실리카 참여국의 기업·대학 협력 사례로 소개됐다. 팍스 실리카는 반도체 제조뿐 아니라 인력 양성과 기술기업 협력까지 범위를 넓히는 구조다.
미국은 팍스 실리카를 통해 반도체·핵심 광물·에너지·컴퓨팅 인프라 분야의 협력을 경제안보 의제 아래 묶으려 하고 있다.
다만 각국의 이해관계는 다르다. 중국과의 경제 관계, 자국 제조업 육성, 핵심 광물 확보를 둘러싼 우선순위가 서로 달라 협력의 범위와 투자 규모가 일치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팍스 실리카가 실제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실제 투자와 생산능력 확대 여부는 각국의 후속 조치에서 확인될 사안이다.

이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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