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2021년 이후 최저치로 추락하면서 주요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이 같은 가격 급락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대규모 관세 조치 이후 가속화됐으며, 일부 기업은 원유 생산에 따른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개장 직후 셰브론(CVX), 엑슨모빌(XOM), BP(BP) 등 대표 에너지 기업의 주가는 2~3%가량 하락하며 약세를 나타냈다. 석유 시추 및 장비 기업인 할리버튼(HAL), 슐럼버거(SLB), APA(APA), 다이아몬드백 에너지(FANG) 역시 비슷한 수준의 낙폭을 기록했다.
같은 날 미국산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3.5% 하락한 배럴당 57.5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전방위 관세 부과를 발표한 이후 약 20% 가까이 하락한 수치다. 미국의 관세 조치가 발효된 직후 중국은 이에 맞서 일부 미국산 제품에 84%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즉각 대응에 나섰다.
문제는 현재의 유가 수준이 미국 내 다수 원유 생산 업체의 손익분기점을 밑돈다는 점이다. 달라스 연방준비은행이 최근 발표한 에너지 업계 설문조사에 따르면, 원유 시추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평균적으로 배럴당 최소 65달러의 유가가 요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응답한 업체의 약 60%는 이보다 더 높은 가격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무역 정책은 일부 산업에서 단기적 정치적 효과를 창출하는 동시에, 에너지 등 원자재 중심 산업에는 치명적인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불안과 교역 마찰로 인해 원유 수요가 둔화되면서 유가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번 관세 갈등은 정제·시추·운송 등 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당분간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분기에도 관세 전선을 확대할지 여부, 중국 및 기타 교역 파트너국의 대응 강도, 그리고 미국 내 셰일 기업들의 채산성 유지 가능성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원유 시장의 행보는 암호화폐를 비롯한 대체 자산 시장에도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