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금융 감독 당국인 유럽보험연금기구(EIOPA)가 보험사들의 암호화폐 보유에 대한 규제를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EIOPA는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과 고유 위험성을 감안해, 보험회사가 보유한 모든 암호화폐 자산에 대해 1대1의 자본 적립 기준을 적용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보유 규모와 방식, 투자 간접성과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번 제안은 암호화폐가 기존 무형자산 기준으로 적용돼온 최대 80% 자본 요건이 리스크 대응에 미흡하다는 분석에서 출발했다. EIOPA의 실증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BTC)은 과거 최대 82%, 이더리움(ETH)은 최대 91%의 가격 폭락을 경험한 바 있어, 현재의 규제가 이러한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EIOPA는 현재까지 확인된 EU 보험사들의 전체 보유 암호화폐 규모가 약 6억5,500만 유로(약 1,060억 원)로, 총 자산의 0.0068%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제안은 보험사 전반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법적 보호 미비, 사이버 보안, 해킹, 관련 기업의 파산 등 암호화폐 특유의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제어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루クセン부르크의 보험사들이 전체 암호화폐 보유량의 약 69%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비중을 보였고, 스웨덴이 21%로 뒤를 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ETF 등의 펀드 구조를 통해 유니트링크형 보험 상품에 암호화폐를 연계해 투자해왔다. 아일랜드, 덴마크, 리히텐슈타인도 보유 비중 상위권 국가로 등록됐다.
EIOPA는 향후 암호화폐의 활용과 보급이 확대될 경우, 자산별 성격과 시장 발전 상황에 따른 차등 규제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친암호화폐 규제 완화 기조와 대비되는 접근으로, 유럽 내 화폐 주권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독자적 경계선 설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