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데이터센터 개발사들이 최대 15년에 이르는 전력망 접속 지연을 피해 천연가스 기반 자체 발전을 검토하고 있다. 가스망을 이용하면 전력 확보 시점을 앞당길 수 있지만, 재생에너지 전환과 탄소 감축 목표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Future Energy Networks는 2024~2025년 데이터센터 개발사들의 가스망 접속 문의가 113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2025년 문의 건수는 전년보다 약 3배 늘었고, 현재 46건의 신청이 심사 중이다.
이 가운데 7건은 접속이 승인됐으며 합산 용량은 15.4TWh다. Future Energy Networks는 이 규모가 약 130만 가구를 난방할 수 있는 에너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수치는 승인된 가스 접속 용량으로, 실제 발전량이나 연간 천연가스 소비량과는 다르다.
가스망 접속에는 통상 6~24개월이 걸리는 반면 전력망 접속에는 최대 15년이 걸릴 수 있다. 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가 전력 인프라 확충 속도를 앞지르면서 개발사들이 시설 인근에 발전 설비를 두는 방식을 대안으로 검토하는 배경이다.
전력 수요 접속 대기열도 늘었다. Ofgem에 따르면 전력 수요 접속 계약 물량은 2024년 11월 41GW에서 2025년 6월 125GW로 증가했다.
Ofgem의 2026년 7월 발표에서는 데이터센터 관련 접속 물량이 최소 80GW로 제시됐다. 별도 협의 문서에는 약 140개 데이터센터가 50GW 규모의 접속 수요를 제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서별 기준과 집계 범위가 달라 이 수치들을 단순 합산할 수는 없다.
Ofgem은 투기성 프로젝트가 접속 대기열을 차지해 실제 추진 가능한 사업의 접속을 늦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가 접속 신청을 유지하려면 일정 수준의 사업 진행 상황을 입증하고, MW당 23만7500~71만2500파운드의 접속 약정 수수료를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영국 정부도 AI 데이터센터와 산업시설 등 경제적 효과와 고용 창출 가능성이 큰 프로젝트를 우선 연결하는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접속 대기열에 남기 위한 재정 요건과 사업 진행 단계 증빙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대표 사례로는 에식스주 러프턴의 데이터센터 개발이 거론된다. Nscale는 2025년 공식 발표에서 해당 시설을 50MW 규모로 시작해 최대 90MW까지 확장하고, 2026년 4분기 가동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크립토브리핑과 프로퍼티위크는 전력망 접속 지연에 따라 Nscale가 Bloom Energy의 천연가스 기반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지만, Nscale와 Bloom Energy가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러프턴 시설의 실제 전력 공급 방식은 확정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는 천연가스 등을 전기화학적으로 변환해 전력을 생산하는 장치다. 기존 가스 발전기보다 직접 배출량이 낮을 수 있지만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만큼 무탄소 전원은 아니다.
가스 업계는 자체 발전이 AI 산업 확대와 에너지 시스템 탈탄소화를 함께 지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제임스 얼(James Earl) Future Energy Networks CEO는 “가스와 전력 시스템의 잠재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가스 업계가 제시한 입장으로, 천연가스 기반 자체 발전의 탄소 배출 문제를 둘러싼 논쟁은 남아 있다.
반대 의견도 있다. Energy UK는 데이터센터 접속을 우선하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와 다른 산업 수요자가 전력망에 연결되는 데 필요한 자원이 밀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의회 환경감사위원회 청문회에서는 가스 발전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의 배출량 추정도 제시됐다. 애덤 이튼(Adam Eaton) VIRTUS Data Centres CEO는 데이터센터 전력의 약 95%를 가스 발전으로 충당하는 시나리오에서 2035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40만t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VIRTUS가 제시한 자체 시나리오다.
영국 의회에 제출된 SGN 자료는 가스 접속이 2년 이내에 가능하고 데이터센터 건설과 병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SGN은 장기적으로 바이오메탄·수소·전력망으로 전환하는 경로도 제시했지만, 이는 정책 제안으로 제시된 경로다.
영국 데이터센터의 가스 발전 검토는 AI 인프라 확대와 전력망 개편 사이의 시간 차이를 보여준다. 향후 실제 전력 공급 방식은 전력망 접속 승인, 자체 발전 설비 계약, 바이오메탄·수소 전환 계획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강이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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