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은행, 디지털 자산 수용할까… KPMG '리스크 관리가 핵심'

나이지리아의 주요 은행들이 디지털 자산과 블록체인 기술을 수용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리스크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KPMG는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와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나이지리아 금융권이 디지털 자산의 기회를 제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나이지리아가 지난해 수령한 디지털 자산 총 가치는 전년 대비 25% 증가하며 반등했다. 지난 4년간 하락세를 보였던 시장이 다시 성장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4년 6월까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유입된 총 1,250억 달러(약 182조 5,000억 원) 중 나이지리아가 차지한 비중은 590억 달러(약 86조 3,400억 원)로,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했다.

KPMG는 보고서에서 "나이지리아 국민에게 디지털 자산은 단순한 투자 상품이 아니라, 국경 간 자금 이동을 위한 효율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체 거래의 85%는 소액 결제 형태로 이루어졌으며, 이는 소매 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나이지리아의 전통 은행들은 여전히 디지털 자산 도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앙은행(CBN)이 2022년 내린 강경한 규제로 인해, 은행들은 가상자산서비스사업자(VASP)와의 협업을 피하고 있다. 당시 CBN은 암호화폐 거래를 지원한 6개 은행에 13억 1,000만 나이라(약 31억 5,500만 원) 규모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다만, 최근 나이지리아 정부가 보다 개방적인 정책을 펼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볼라 티누부 대통령의 행정부는 작년 처음으로 현지 암호화폐 거래소 부샤(Busha)와 퀴댁스(Quidax)에 VASP 라이선스를 부여했다. 이에 대해 KPMG는 "이제 은행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는 '암호화폐 참여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디지털 자산을 활용할 것인가'에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한 전통 금융 시스템이 디지털 자산 특유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감지하고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언급했다. 익명성, 초고속 거래, 글로벌 중개업체들의 규제 차이 등으로 인해 기존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 기관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수 있는 혁신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블록체인의 투명성과 변경 불가능한 특성은 금융 흐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이는 기존의 전통 금융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했던 요소다.

KPMG는 "나이지리아의 은행들이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불법 자금 세탁 방지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금융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고 분석했다. 금융 시장이 디지털화되는 환경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은행들이 더 이상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한편, 나이지리아 정부와 바이낸스 간 법적 분쟁도 계속 진행 중이다. 나이지리아 당국은 바이낸스가 세금 탈루 및 규제 미준수 문제를 일으켰다며 815억 달러(약 118조 9,000억 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또한,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과거 체납 세금 일부로 500만 달러(약 73억 원)를 선지급할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다만, 해당 제안은 당시 정부에 의해 거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지리아 금융 시장의 디지털 자산 도입 여부가 향후 국가 경제와 금융 산업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