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암호화폐를 ‘국내 자산’으로 분류해줄 것을 규제 당국에 공식 요청했다.
남아공 정부는 최근 몇 년간 디지털 자산 관련 라이선스 제도와 규제를 강화해 왔다. 그러나 현지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자산의 ‘국내외 분류’가 명확하지 않아 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남아공에서는 국채, 주식, 부동산, 연금펀드 등은 ‘국내 자산’으로 간주되는 반면, 해외 은행 계좌 및 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은 ‘해외 자산’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이 두 범주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법적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이 문제는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 남아공의 현행 규정에 따르면 소매 투자자는 해외 자산에 최대 100만 랜드(약 7,960만 원)까지 투자할 수 있으며, 세무 당국의 승인을 받을 경우 최대 545,000달러(약 7억 9,700만 원)까지 투자가 가능하다. 반면 ‘국내 자산’에는 이러한 투자 한도가 없다.
루노(Luno) 거래소의 아프리카 지역 총괄 매리어스 레이츠(Marius Reitz)는 “암호화폐의 법적 지위 불확실성이 특히 기관 투자자들의 시장 진입을 막고 있다”며 “규제 당국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디지털 자산이 국내 자산으로 분류될 경우, 업계 성장의 주요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노의 법률 및 기업 전략 책임자인 폴 하커(Paul Harker) 역시 암호화폐가 국제적으로 자산 클래스로 인정받는 추세를 고려할 때, 정부가 보다 성장 친화적인 접근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아공 정부의 재정적 여력이 제한적인 만큼, 미래지향적인 정책 결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아공 중앙은행(SARB)은 과거 암호화폐의 해외 이전을 ‘환율 규제 위반’으로 간주한 바 있다. 2021년 발표된 지침에 따르면, 현지 거래소에서 국제 거래소로 암호화폐를 송금할 경우 최대 5년의 징역형 혹은 1만 3,600달러(약 1,99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 같은 규제 리스크는 기관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본격 진입하는 걸 막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남아공 금융부문행위감독청(FSCA)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지 암호화폐 시장의 71%가 개인 투자자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남아공 정부가 암호화폐를 ‘국내 자산’으로 공식 분류할 경우 시장의 투명성과 유동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 당국이 이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행할지에 대한 명확한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