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리플(XRP)에 대한 집행 소송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의 기자 엘리너 테렛은 X(구 트위터)를 통해 "SEC와 리플 간 소송이 마무리되는 과정에 있다"고 전했다. 해당 소송은 지난 2020년 12월 SEC가 리플과 일부 경영진이 XRP를 미등록 증권으로 간주해 자금을 조달했다고 주장하며 시작됐다. 이후 2024년 8월 법원에서 1억 2500만 달러(약 1825억 원)의 판결이 내려졌고, 양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와 반대 항소를 제출한 바 있다.
리플의 최고 법률 책임자(CLO) 스튜어트 알데로티는 11일 코인데스크와 인터뷰에서 "SEC의 소송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철회된 다른 집행 사건보다 더 진전된 상태"라며 "항소 절차로 인해 복잡성이 남아 있지만, SEC와 원만한 해결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항소 절차를 통해 법적 대응을 이어갈 전망이다.
소송이 종료되는 방식은 몇 가지 가능성이 있다. 만약 양측이 독립적으로 항소를 철회한다면 법원의 기존 1억 2500만 달러 판결이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금전적 합의에 대한 이견이 있다면, 리플과 SEC는 판결 수정 요청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이번 소송은 암호화폐 업계에 중요한 판례로 작용해왔다. 2023년 판결에서는 XRP 자체가 증권이 아니라고 판단됐으나, 특정 판매 방식에 따라 증권법 적용 가능성이 남아 있어 여전히 규제 논쟁의 중심에 있다. 한편 SEC의 공식적인 소송 철회 문서가 아직 법원에 제출되지는 않은 상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SEC의 태도가 변한 점도 주목된다. 가상자산 업계와 우호적인 관계를 강조하며 코인베이스, 컨센시스, 크라켄 등에 대한 집행 조치를 중단한 바 있다. 리플 역시 친암호화폐 정치 활동위원회(PAC)인 페어셰이크(Fairshake)에 4500만 달러(약 657억 원)를 기부하며 트럼프 정부와 유대감을 강화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치적 기부와 규제 완화 간의 연관성을 지적하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리플 CEO 브래드 갈링하우스와 주요 임원들은 지난 1월 트럼프 취임식에 참석하는 등 적극적으로 워싱턴과 교류하고 있다. 하지만 리플 측은 SEC의 입장 변화가 정치적 기부와 무관하며, 단순히 암호화폐 규제 방향의 전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SEC의 차기 위원장으로 거론되는 폴 앳킨스의 인준 청문회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SEC 내부에서는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가상자산 규제 방향을 보다 명확히 정립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