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은 최근 데이터 통합 전략을 대폭 간소화하며 26개 사업 부문 전체의 데이터 분석을 단일 플랫폼으로 일원화했다. 특히 2023년 VM웨어를 610억 달러(약 87조 8,400억 원)에 인수하면서 1,800개의 서로 다른 애플리케이션과 18만 7,000개에 달하는 제품 SKU를 통합해야 하는 막대한 과제에 직면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이런 경우 마스터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데이터 레이크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통합을 진행하지만, 브로드컴은 과감한 조치를 선택했다. 기존 시스템을 복잡하게 연결하는 대신, 데이터를 정리하고 불필요한 중복을 제거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를 위해 브로드컴은 자사의 모든 사업 부문에서 단일한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사용하도록 했으며, 이 과정에서 인코르타(Incorta)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이 핵심 역할을 했다.
앨런 데이비슨 브로드컴 CIO는 “VM웨어의 데이터 환경은 매우 분산되어 있었으며, 이를 하나의 관리 체계 아래 통합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면서 “결국 각 사업 부문의 데이터 모델을 단일화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브로드컴의 데이터 통합 절차는 몇 가지 핵심 과정을 거쳤다. 우선 기업 자원 관리(ERP) 시스템을 일곱 개에서 하나로 줄였다. 또한 SKU의 수를 기존 18만 7,000개에서 500개로 대폭 축소해 불필요한 복잡성을 제거했다. 마스터 데이터도 하나의 구조로 정리해 고객 정보, 제품 데이터, 조달 및 공급망 데이터를 일관성 있게 통합했다. 계약 및 주문 관리도 전산화해 소프트웨어 구매 시 명확한 사용 내역을 추적할 수 있도록 했다.
데이터 구조를 단순화한 이후, 브로드컴은 분석 플랫폼을 표준화했다. 성능과 확장성을 고려해 인코르타를 선택했으며, 현재 1만 7,000명이 넘는 내부 사용자가 이 플랫폼을 활용해 200테라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데이비슨 CIO는 “데이터 분석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이 있지만, 인코르타는 가장 유연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제공하고 대규모 사용자를 지원하는 확장성 면에서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또한 인코르타는 데이터 접근을 세분화할 수 있어 브로드컴의 복잡한 사업 모델과도 잘 맞는다는 설명이다.
브로드컴이 인코르타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능이다. 인코르타의 최신 업데이트에는 넥서스(Nexus)라는 AI 기반 데이터 분석 도구가 포함돼 있으며, 이를 통해 사용자는 자연어 처리(NLP)를 활용한 데이터 정리, 모델 구축, 기계 학습(ML) 연계 등을 손쉽게 수행할 수 있다.
데이비슨 CIO는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잘못된 데이터를 입력하면 엉뚱한 결과가 나올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브로드컴이 AI를 데이터 접근성을 높이는 데 집중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브로드컴의 사례는 복잡한 데이터 환경을 처리해야 하는 기업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첫째, 무조건적인 데이터 레이크 구축보다 근본적인 단순화가 필요하다. 둘째, 핵심 시스템을 표준화하면 장기적인 통합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셋째, 자율 분석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에도 적절한 관리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넷째, AI 도입 전에 데이터 품질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데이비슨 CIO는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복잡성을 줄이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렸고, 결국 이는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