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새로운 지도부가 탈중앙화 물리적 인프라 네트워크(DePIN)에 대한 명확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암호화폐 시장에 긍정적인 선례를 남길 기회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 SEC 위원장 게리 겐슬러(Gary Gensler)가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규제를 통한 집행’ 접근 방식의 여파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하에서 암호화폐 친화적인 정책이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명확하고 모순된 규제 환경은 DePIN 같은 프로젝트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DePIN 프로젝트는 탈중앙화 클라우드 서비스, 통신망, 환경 데이터 수집 등 물리적 인프라를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명확한 규제 가이드라인이 절실하다.
DePIN은 전통적인 디지털 암호화폐 프로젝트와 달리 실제 하드웨어와 물리적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다. 예를 들어, 일부 DePIN 프로젝트는 사용자들에게 무선 핫스팟을 배포하도록 유도해 탈중앙화 사물인터넷(IoT)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다른 프로젝트는 분산형 전력망 또는 환경 데이터 수집 인프라를 제공한다. 이처럼 디지털 경제와 현실 세계가 맞닿아 있는 영역이지만, SEC의 기존 접근법은 이러한 특징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DePIN에 대한 불명확한 규제 환경은 투자 위축과 혁신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기업들은 명확한 규제 가이드라인 없이 토큰 발행, 데이터 관리, 인프라 구축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법적 문제를 피하려다 오히려 소송에 휘말리는 사례도 빈번하다.
일각에서는 암호화폐 산업에서 규제 공백이 오히려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적절한 규제가 장기적인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건축법이 초고층 빌딩의 안전한 건설을 보장하는 것처럼, 잘 설계된 규제는 DePIN이 법적 문제 없이 혁신을 추구할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
DePIN 규제 개선이 필요한 주요 영역으로는 △증권법 적용 여부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호 △국제적 인프라 구축 시 규제 일관성 확보 등이 꼽힌다. 기업들이 운영 과정에서 불필요한 법적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SEC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미 SEC는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걸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으며, DePIN이 최우선 순위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SEC가 DePIN에 대한 명확한 규제 방침을 내놓는다면,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DePIN은 단순한 암호화폐 트렌드가 아니라 디지털과 물리적 세계를 연결하는 차세대 기술 중 하나다. SEC가 시의적절한 규제를 마련한다면, DePIN 프로젝트는 혁신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며 법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