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신과 데이터 보호의 균형이 모든 산업의 핵심 과제로 부상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다. 이는 기업 운영 방식과 경쟁 구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혁신의 중심에 있다. AI는 특정 기술 산업을 넘어 모든 산업 분야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고객 경험을 개선하며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다.
PwC에 따르면, AI는 2030년까지 세계 경제에 최대 15조7000억 달러를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 중 6조6000억 달러는 생산성 증가에서, 9조1000억 달러는 소비 측면의 효과(개인 맞춤형 제품 및 서비스 증가 등)에서 비롯될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AI가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프라이버시 및 규제 준수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각 산업 분야의 전문가들은 AI가 각 분야에 미칠 영향과 이에 따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금융 산업에서 AI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DLT와 규제 협력
AI가 산업 전반에 걸쳐 확산되면서 투명하고 감사 가능한 의사결정이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금융(FinTech)처럼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는 산업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AI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시장조사 기관 모도르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핀테크 산업에서 AI 시장 규모는 2025년 183억1000만 달러에서 2030년 533억 달러로 연평균 23.8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AI를 활용한 규제 준수 메커니즘, 예측 분석, 데이터 처리 및 고객 경험 개선이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규모 도입이 가능하려면 AI에 대한 신뢰 구축이 필수적이다. 핀테크 산업에서 가장 큰 과제는 윤리적 AI 활용과 소비자 선택권 보장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헤데라(Hedera)의 글로벌 정책 디렉터 이사도라 아레돈도(Isadora Arredondo)는 “규제 기관의 역할은 역사적으로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었으며, 최근 몇 년 사이에야 혁신을 촉진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받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AI 환경에서 리스크 완화와 유연성 간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기업도 제품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해결책 중 하나로 분산 원장 기술(DLT, 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이 주목받고 있다. DLT는 AI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기록하고 이해관계자들이 감사할 수 있도록 해, 규제 준수 메커니즘으로 활용될 수 있다.
아레돈도는 핀테크 기업의 신용 평가 시스템을 예로 들며, “AI가 신용 대출 자격을 결정하는 경우, 그 과정에 내재된 편향이 없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AI 모델이 구축되는 방식과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감사 가능한 기록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미 여러 파트너 기업이 DLT를 활용해 AI 시스템의 거버넌스와 검증 가능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 데이터 보호와 연합 학습(Federated Learning)의 역할
AI는 의료(Healthcare) 분야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츠(MarketsandMarkets)는 AI 기반 의료 시장이 2024년 149억2000만 달러에서 2030년 1641억6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연평균 49.1%의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의료 산업에서는 환자 데이터 보호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의 건강보험이동책임법(HIPAA)과 유럽연합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과 같은 강력한 규제가 존재해,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무결성을 보장해야 한다.
FLock의 창립자이자 CEO인 지아하오 선(Jiahao Sun)은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데이터 사일로(Data Silo) 현상”이라며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미세 조정하려면 데이터를 외부 제공업체에 보내야 하는데, 이는 보안과 프라이버시 측면에서 큰 위험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연합 학습(Federated Learning)’이 제시된다. 연합 학습은 원시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고도 AI 모델을 학습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선은 이를 활용한 사례로 혈당 모니터링 및 AI 기반 초음파 이미징을 들며 “환자 데이터를 외부 서버로 전송하지 않고도 혈당을 추적할 수 있다. 또한, 초음파 데이터를 활용해 3D 태아 이미지를 생성하는 과정에서도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없앨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연합 학습은 데이터 보안과 AI 혁신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개인 데이터는 보호하면서도 AI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AI 기반 맞춤형 콘텐츠로 진화하는 게임·엔터테인먼트 산업
게임(Gaming)과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산업도 AI 기술을 활용한 몰입형 경험을 통해 큰 성장을 이룰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테크나비오(Technavio)에 따르면, AI 기반 게임 시장 규모는 2025년부터 2029년까지 274억7000만 달러 증가하며 연평균 42.3%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AI는 센서 기술 및 3D 플레이 경험을 향상시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
안틱스(Antix)의 창립자이자 CEO인 로만 치가노프(Roman Cyganov)는 “AI 기반 디지털 휴먼(Digital Human) 기술이 게이머, 크리에이터, 커뮤니티 간의 상호작용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용자는 셀카, 음성 샘플, 얼굴 표정을 업로드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닮은 고도로 표현력 있는 AI 버전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콘텐츠 제작 비용을 90%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보안과 혁신의 균형이 필요한 시점
AI가 금융, 의료,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데이터의 프라이버시, 보안, 무결성을 보장하는 안전장치가 없다면 그 혜택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공유 방식에 투자하고, 규제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함으로써 AI의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2025년, 데이터 보안과 혁신이 정렬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