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캐나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를 시행하면서 여러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조치는 북미 지역의 공급망을 흔들고 소비자 비용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한 기존 10% 관세를 20%로 두 배 인상했다. 이에 대응해 캐나다와 중국은 즉각 보복 관세를 발표했으며, 멕시코도 주말에 맞대응 조치를 밝힐 예정이다. 이러한 무역 분쟁은 세 국가의 경제 성장률을 둔화시키고 고용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번 관세 조치로 인해 가장 큰 충격을 받을 산업 중 하나는 ‘자동차’ 분야다. 포드(F),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STLA) 등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북미 지역에서 부품을 생산하고 차량을 조립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2023년 기준, 미국 자동차 부품 수입의 54%가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유입됐으며, 자동차의 47%도 두 나라에서 조달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세가 부과되면 제조업체들의 비용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이번 조치로 약 34억 4,000만 유로(약 5조 1,220억 원) 규모의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스텔란티스와 GM, 포드의 주가는 각각 4%, 4%, 3% 하락했다.
‘주택 건설’ 산업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집값 상승과 공급 부족 문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캐나다산 목재, 중국산 철강, 멕시코 및 캐나다산 콘크리트에 높은 관세가 부과되면 건설 비용이 더욱 오를 전망이다. 코어로직(CoreLogic)은 이번 관세로 인해 향후 1년 동안 주택 건설 비용이 4~6%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평균 주택 건설 비용이 약 42만 2,000달러(약 6억 1,652만 원)에 달하는 만큼, 추가적인 비용 부담은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비자 가전’ 분야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국은 5,000억 달러(약 730조 원) 규모의 전자제품을 수입했으며, 이 중 상당수가 중국과 멕시코에서 들어왔다. 특히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각각 1,110억 달러(약 162조 600억 원), 1,160억 달러(약 169조 3,600억 원) 규모로 수입됐다. 베스트바이(BBY)는 전체 판매 제품의 약 75%가 중국 및 멕시코산이라며, 관세 인상에 따라 소비자가격도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에너지 부문에서도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캐나다는 미국 원유 수입의 60%를 차지하는 최대 공급국이다. 이번 관세 정책에서는 캐나다산 원유에 10% 관세가 부과되지만, 이는 정유업체들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미국 중서부 지역의 정유시설은 캐나다산 원유에 특화되어 있어 즉각적인 대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소매업’에도 관세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완제품 상당수가 중국과 멕시코에서 제조되는 만큼, 월마트(WMT), 타겟(TGT), 코스트코(COST) 같은 대형 소매 업체들도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JP모건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장난감의 80%가 중국산이라며,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식료품까지 가격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미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특정 산업군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나올 추가 정책과 이에 대한 각국의 대응이 글로벌 무역 흐름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